최근 파죽지세로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반기문 외교특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외교안보 분야 최고 전문가이자 충청권 핵심인사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손을 잡으면서, ‘안보 공포증'을 앓고 있는 중도보수층과 충청지역을 끌어안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국민의당 유력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MBC 100분 토론에서 "제가 집권한다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모시겠다"면서 "외교특사로 당장 가까운 빠른 시일 내 미국·중국·일본 정부와 소통하면서 협상 틀을 만들고 국가 간 관계가 정상화되도록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다음 정부는 초기부터 외교현안 해결이 시급하다"며 "이것이 외교 문제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토론 사회자가 '반 전 총장에 요청했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청하면 꼭 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안 전 대표가 이번 대선판 '원조' 보수후보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차별성을 극대화면서 중도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 전 총장을 끌어들일 경우, 미중러일 4강 사이에서 외교적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외교자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반 전 총장 측도 "차기 정부 들어서면 나라를 위해 어떤 일도 하겠다"며 원칙적인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 전 총장 최측근 인사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나라를 위해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외교안보 분야가 힘든 상황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축적된 반 전 총장이 이 분야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선 기간 중에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확실하시다"며 특정후보 지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다만 반 전 총장이 선거판에 몸 담았을 때 문 전 대표를 '패권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날을 세운 점을 감안하면, 안 전 대표가 보수대표 후보로 문 전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경우 간접적인 지지 표시를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질 전망이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거세지면, 탄핵을 주도하면서 호남표심을 두드리고 있는 안 전 대표로선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도 당내 경선 경쟁자들이 "연대없는 자강론은 문 전 대표에게 대권을 내주는 셈"이라고 주장하자, 안 전 대표는 '열린 자강론'으로 받아쳤다. 그는 MBC 100분 토론에서 "저는 '열린 자강론'이라고 말씀드린다. 선거 이후 협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다른 정당과 합의해 협치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 전 대표는 최근 연설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평가에 대해선 "나라를 구하자는 절박감이 저를 바뀌게 만든 듯하다"며 "과외를 받은 게 아니라 혼자서 틈틈이 제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변화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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