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레이스가 사실상 시작된 가운데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관이 또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이 12일 공개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 녹취록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 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미관계는 앞으로 더 굳건하게 발전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미관계는 보다 건설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로 발전되어 나가야한다"고 전제한 뒤 "양국 공동 이익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대한민국의 이익에도 기여하고, 미국의 이익에도 기여되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A5면
문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동북아 외교지형에서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식을 에둘러 드러낸 것이다.
인터뷰 이후 NYT는 11일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높아진 진보진영의 재집권 가능성(Ouster of South Korean President Could Return Liberals to Power)'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전 대표가 "대한민국은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South Korea should learn to say 'No' to the Americans)"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한미관계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선 안된다'는 발언에서 더 나간 발언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애초 문 전 대표가 자신의 균형잡힌 안보관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NYT와의 인터뷰가 오히려 안보관 논란을 재점화시킬 조짐을 보이자 문 전 대표 측은 내심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안보관 논란은 이날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회견에서 문 전 대표는 "상처와 분열을 넘어 다시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에 무게를 실었지만, 기자들의 질의는 안보관 논란에 집중됐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 주민의 통치자가 김정은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한다”며 “우리가 북한을 압박·제재하든 대화하든 그 상대의 실체로서 김정은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사드배치를 차기 정부에서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사드 국회 비준동의를 위한 민주당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자숙모드로 돌입했던 보수진영은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다시 쟁점화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선 문 전 대표를 향해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편 가르기식 발언", "지금은 북한과 중국에 '노'라고 해야할 때"라고 공세를 펼쳤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속에 돌파구가 필요하던 보수진영 입장에선 이번 NYT 보도가 '가뭄 끝 단비'와 같은 호재였던 셈이다.
문 전 대표측은 이번 안보관 논란을 정면돌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문 전 대표는 "도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전체 맥락은 살피지 않고 부분적인 발언만 떼어내 공격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 민주당 경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많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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