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하루가 지난 11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서문시장의 한 신발가게.
이 곳은 2015년 9월 서문시장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3만 8000원을 주고 신발을 사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구입했던 신발은 일주일 동안 60켤레가 넘게 팔리면서 품절 현상을 빚을만큼 인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가게 한 켠에 놓여진 이 신발은 이제 찾는 손님이 없어 먼지만 소복히 쌓이는 신세가 됐다. 이곳은 박 전 대통령의 흔적도 완전히 지웠다. 대통령이 파면되자 가게 입구에 붙여져 놨던 '박근혜 대통령이 신발 샀던 집'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박 전 대통령 사진도 1년 6개월만에 모두 떼냈다. 가게 주인 김연희씨(60·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현수막을 보고 안 좋은 소리를 많이 해 탄핵되자마자 떼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실망스러움을 감추질 못했다. 그는 "잘못한 부문에 대해선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서 의류업을 하는 김인섭(64)씨도 "최순실이 국정농단을 하도록 그렇게 도움을 줬는데 당연히 탄핵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친박 세력들한테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남권 민심의 풍향계로 꼽히는 대구 서문시장에서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그 결과에 대해 '당연하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직전과 2015년 9월 방문했고 지난해 말에도 시장에서 큰 화재가 나자 이곳을 찾아 깊은 애정을 보였다.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 자신에게 정치적 고비가 있을 때마다 큰 힘을 준 곳이지만 지금은 '동정론'보다는 '실망했다'는 견해가 대다수였다.
시장에서 분식점을 하는 이금순(58·여)씨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거짓말하고 속이는 걸 보면서 기분이 나빴다"며 "시장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제는 박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탄핵 인용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최명순(65·여)씨는 "최순실이가 다 해 먹었지 박 대통령이 직접 돈 한푼 받은 건 없지 않느냐"며 "박 대통령이 저렇게 돼 너무 딱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웠 했다.
대체로 차가웠던 지역 민심은 탄핵 인용 직후 TK 민심 가늠차 실시한 매일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0일 '헌재의 결정이 잘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TK 주민 87.1%가 "잘한 결정"이라고 답했다. 이는 부산·경남 지역의 86.2%보다도 1%p가량 높은 수치다. 반면 "잘못한 결정"이란 대답은 8.4%에 그쳐 TK 민심 역시 탄핵 결정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반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 민심도 돌아선 셈이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9.6%로 17.5%에 그친 자유한국당보다 10%p 이상 앞섰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탄핵은 당연하다' 면서도 조기 대선에서는 그래도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시장 상인 윤경호(51)씨는 "어차피 탄핵이 된 마당에 대선을 잘 치러서 빨리 경제를 살릴 새로운 리더가 등장했으면 좋겠다"며 "시장 민심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보다는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많이 쏠려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도 TK지역 황 권한대행 지지율은 18.1%로 타지역보다 2배가량 앞선 보수진영 1위를 달렸으나 유 의원 지지율은 4.4%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첫 주말을 맞은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주말이면 하루 평균 500여명 가량이 찾는 생가에는 대통령 파면 후 첫 주말에도 800여명 가량이 찾았다. 구미시 관계자는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에도 주말 방문객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4.12 재보궐 선거에서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인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에는 9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특히 김재원 전
[대구 = 우성덕 기자 / 서울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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