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파면 이후에 한국 앞에 놓인 안보 정세는 북핵 위협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 등 녹록치 않다.
우선 당장 눈앞에 놓인 숙제는 17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첫 방한이다. 틸러슨 장관은 동아시아 3국을 모두 방한하는데 북핵 대응와 사드 갈등 등 꼬일 대로 꼬인 현안에 대한 해법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을 맞이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는 유효기간이 '2개월'뿐이다. 운신의 폭이 크지 않고 정책의 연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향후 대선까지 정부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 대북 제재·압박 중심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틸러슨 장관의 방한 등을 계기로 강력한 대북 억지력 확보와 중국의 대북 압박 견인, 한미일 공조를 통한 양자 및 다자 차원의 대북 제재 강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무기 'VX'를 사용한 김정남 암살에 북한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제기하는 등 이른바 북한에 대한 '도편 추방' 외교도 계속할 전망이다. 더불어 한일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28일)를 철저히 이행한다는 기조 아래, 부산 소녀상 문제로 악화한 한일관계를 대북 공조를 고리 삼아 복원하는 데도 노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책 기조는 대선 직후 인수위 기간 없이 새 정부가 즉시 출범한다는 점에서 유효기간은 2개월에 불과하고, 그나마 정책 추동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10년간 추진해온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집권할 경우 우선 기존의 제재·압박 일변도 대북정책은 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연쇄적인 핵·미사일 도발에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분하고 있는 점, 미국이 김정은 정권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현재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를 180도 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또한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한반도 정세변화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기조였지만, 핵 문제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에 본격적인 남북대화에 나설 경우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4월 미·중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틸러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사드 보복의 템포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역시 탄핵 인용 후 한국 정부와의 소통을 명분으로 나가미네 야스마스 주한 일본 대사를 귀국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북한이 리더십 공백을 노리고 위협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내달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어 또다시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일성 생일(4월15일)은 올해 105주년를 맞고 인민군창건일(4월25일)은 85주년이다. 둘다 정주년(5년·10년으로 끝나는 해)이라서 북한이 내부 행사를 대규모로 하고 대외적으로 무력시위를 할 개연성이 있다.
북한이 '새로운 전략 무기가 날아 오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내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혹은 6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런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이 '상황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드 배치와 같이 돌이킬 수 없는 국가 간 합의는 지속 시행하면서도 중·일과의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이와 함께 "표를 얻기 위한 주장과 국익을 고려한 외교·안보 정책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정치권에서도 이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헌재의 파면 결정 직후 전군 주요지휘관들에게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한 장관은 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열어 경계 강화를 지시하고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하여 국민들이 걱정하시지 않도록 빈틈없는 국방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한 장관은 "국가가 어려울수록 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적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또 "북한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위협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틈타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을 빌미로 언제든지 전략적·작전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군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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