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악화된 북한과 말레이시아와의 관계가 대사 추방에 이어 상대국 국민들을 인질로 잡는 수준까지 번졌다. 단교만 하지 않았을 뿐 양국 외교관계는 파국의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북한은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선(북한)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주조선(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기한은)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되어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담보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까지"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자국민들이 인질로 잡힌 소식이 알려지자 말레이시아 정부도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나집 라작 총리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북한 내 말레이시아인들의 안전을 확신할 때까지 말레이시아 내 모든 북한인의 출국을 막으라고 경찰에 지시를 내렸다"며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은 이런 혐오스러운 조치는 국제법과 외교 관행들을 총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집 총리는 "우리 국민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우리가 위협을 당할 때 필요한 어떤 조치도 망설이지 않고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말레이 정부는 북한의 자국민 임시출국금지 조치 소식이 들린 후 3시간도 안된 시점에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과 관계자의 출국을 전격 금지시켰다. 이때만 해도 출국금지 조치는 대사관 직원에 한정돼 있었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 총리가 직접 나서 북한이 취한 조취와 똑같은 수준의 맞대응을 실시한다고 밝힌것이다.
현재 말레이 정부는 자국 땅에서 대량 살상무기인 VX를 동원해 암살을 자행한 주범이 북한이라고 보고 있지만,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말레이 정부는 북한의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 거부를 포함해,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 파기·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추방 조치 등 외교적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자국내 거주 말레이인들의 출국금지조치란 초강수를 뒀다. 상황이 악화하면 앞으로 남은 단계는 상대국의 자국 내 대사관 폐쇄 명령 또는 상대국 내 자국 대사관의 철수와 단교뿐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도통신은 말레이시아
현재 말레이 당국은 김정남 암살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현광성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등이 대사관 내에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문수인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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