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김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권도전을 공식화하고 개헌 세력 규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서 "민주당에서 탈당하겠다"고 선언했다. 탈당 시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내가 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측근들은 "8일 탈당계를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김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로 작년 1월 15일 입당한 지 13개월여만에 민주당을 떠나게 된다. 김 전 대표는 이미 후원금 계좌를 폐쇄했고, 계좌에 있던 후원금은 측근 의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비례대표인 김 전 대표는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때 후원금 계좌에 남아 있는 금액은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신변정리를 한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오는 10일 또는 13일로 예정된 탄핵 심판 선고 이후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주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위기상황과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국정어젠다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대선주자들과 격이 다른 수준의 대선출마선언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보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민주당 내에선 이번에 김 전 대표와 동반탈당하는 의원들은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선언 직전인 6일에도 민주당 박영선·변재일·김부겸·정성호 의원 등과 회동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탈당을 권유하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민주당 경선 후 정계개편 상황에서 일부 비문계 의원들이 동반탈당해 김 전 대표를 도울 가능성은 있다.
김 전 대표는 대권 도전 선언 후 한동안 특정 정당에 몸을 담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일단 외곽에서 세규합에 나서겠지만 결국 바른정당과 진성 친박 의원들을 배제한 자유한국당과의 보수정당 단일화를 이끌어 내 대권주자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면서 "이미 개헌을 연결고리 삼아 국민의당 측과도 연대 교류가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이날 탈당 공식화 후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전격 회동하면서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김 전 대표가 보수진영 간판후보가 될 지 여부는 대권도전 선언 직후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달렸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출마 선언 후 지지율이 10% 가깝게 나오면 보수진영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3~4%에 불과할 경우 보수 간판주자 자리를 꿰차기까지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안규백 사무총장은 국회 의원회관 김 전 대표의 방을 찾아와 잔류를 설득한 뒤 "당의 어른이기도 하시기 때문에 남아달라는 말씀을 드렸다"며 "저희가 잘못 모신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측 대변인 격인 김병욱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분열은 국민 모두의 아픔 될 것"이라며 "우리는 김 전 대표의 지적을 엄중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탈당을 온 마음으로 만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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