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이 1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직접 사드 설전을 벌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약 45분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관련)최근 일련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우려한다"고 항의하고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입장을 재강조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에 왕 외교부장은 "보복성 조치는 중국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중국민의 정서가 나타난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장관은 "지난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보여준 일"이라고 반박했다. 윤 장관은 이어 중국이 사드 관련 보복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최근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보호주의 반대 기조와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양국 간의 사드 갈등을 반영하듯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윤 장관과 왕 부장은 회담을 앞두고 회담장 앞에서 웃음기 가신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고, 카메라 앞에서 두 장관은 서로 눈도 맞추지 않았다. 통상 외교장관 회담의 경우 회담장에서 양측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언론의 회담장 입장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회담은 왕 부장이 묵는 숙소에서 열렸다. 외교 회담 때 양측이 같은 급일 경우 '호스트' 측에서 먼저 회담장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날 윤 장관은 회담 개시 전 먼저 호텔에 도착해 대기했고, 왕 부장은 예정된 회담 개시 시간에 정확히 맞춰 회담장에 왔다.
중국이 사드 배치 지연론을 공개 언급한 것은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 전술을 바꾼 것으로 해석돼 눈길이 간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연내에 사드를 배치한다는데 못을 박은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반대한다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자신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있다.
결국 중국은 한국 차기 정권의 판단으로 '뒤집기'를 노리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5월 전후로 이른바 '벚꽃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당장 포기시킬 수 없다면 지연시키자'는 전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지연전술을 본격적으로 쓴다면 앞으로 중국은 사드와 관련한 경제 및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보복성 조치'를 계속 취해가며 다가올 한국 대선 국면에서 사드를 쟁점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윤 장관은 이날 장관급 회담에서 처음으로 중국측에 문제 제기한 것도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이 본격화 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한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대응'을 해왔다는 점에서 변화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정부가 강도높은 대 중국 압박을 모색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점에서 한미간 강경 대응 방침이 조율됐는지 여부도 주목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독일 본에서 왕 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으라"고 촉구했으며, 한미외교장관 회담때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실효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 조치를 논의했다.
윤 장관은 이날 뮌헨안보회의 한반도 세션에서 선도 발언을 통해 "북핵 문제는 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라며 "우리 분석상 임계점(tipping point)까지 한 두해 밖에 남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계점'이란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시점을 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장관은 "호전적인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는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며 "실로 우리는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 머리 위에 '다모클래스의 칼'과 같은 북한의 '핵 검'이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모클래스의 칼'은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을 의미하는 것으로, 절박한 위험을 뜻한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북한 인권에 언급, "인권 측면에서 우리는 '더 높은 책임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에 대해 인권 침해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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