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낙마로 일약 '보수의 기수'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판에 뛰어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독주체제는 여전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이후 보수 대 진보의 대결구도가 될 경우 황 권한대행만큼 보수를 결집시킬 후보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이 이를 방증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19세 이상 유권자 15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12.4%의 대선주자 지지도를 기록해 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아직 5%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은 사실상 보수의 유일한 대권주자로 평가받는다. 이 설문조사는 응답률 4.1%, 표집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대선 관련 입장을 밝힐) 적당한 때가 있을 겁니다"라며 모호한 전략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던 것과는 완연한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는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할 예정인 황 권한대행은 야당의원들의 대선출마 관련 질문세례를 받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도 황 권한대행은 기존의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 측 인사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고, 보수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불출마를 확정하기도 어렵다"며 "당분간 지금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20%를 넘어서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대선판에 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황 권한대행 지지율이 20%를 넘어서면서 샤이보수의 힘을 폭발시킬 수 있다"며 "새누리당 경선도 황 권한대행 참석을 염두해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황 권한대행의 대권행보에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은 지금이라도 분명한 거취를 밝히고 방역작업과 국가위기 관리에 올인하라"고 지적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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