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 역시 '후보 단일화' 여부가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보수정권 10년의 피로감, 최순실 사태에 따른 여당 분열 등으로 '운동장'은 오히려 진보 쪽이 올라간 구도가 됐다. 야권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지형을 불평하며 만들어낸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론(論)'은 이제 보수 진영에 해당되는 용어가 돼버렸다. 이제 보수 진영이 보충할 '평형수'는 단일화 밖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과거 대선에서도 지지율이 밀리는 쪽은 언제나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대선이 단일화 없이 끝까지 다자구도로 치러진 2007년 대선 형태가 될지, 아니면 단일화로 역전 발판을 만든 2002년이나 1997년 대선의 닮은 꼴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초반 레이스, 10년 전 '데자뷔'
지난 2007년 대선 상황은 보수와 진보의 처지가 바뀐 것을 제외하면 현재 구도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권과 여당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이 야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
2007년 당시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지지율 40% 안팎의 압도적 1위였다.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0%에 육박하는 등 야권 후보들이 나란히 1~2위를 독차지했다. 반면 당시 범여권은 고건 전 국무총리가 15% 안팎으로 3위를 기록했을 뿐 기성 정치인들은 지리멸렬했다. 그나마 고 전 총리는 레이스 초반에 스스로 낙마해버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결국 당시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동영 의원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며 보수 분열이 발생해 다자 구도가 형성됐음에도 최종적으로 이명박 후보는 48.7%를 얻어 정동영(26.1%), 이회창(15.1%), 문국현(5.8%) 후보 등을 손쉽게 따돌렸다. 여권 후보가 취약한 가운데 끝까지 다자구도가 이어졌고, 결국 정권교체를 내세운 야권 1위 주자가 승리한 결과였다.
반면 단일화로 이변을 낳은 선거도 몇차례 있었다. 1997년 대선의 경우 초반 판세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우세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주춤하자 이인제 후보가 독자 후보로 출마했고, 야권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역전극을 이뤄냈다. 여권은 분열하고 야권은 통합했던 것이 승인이었다. 2002년과 2012년에도 단일화가 큰 변수였다.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신당을 만들어 제3후보로 출마한 정몽준과의 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했으나 대선 전날 단일화가 파기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는 단일화로 바람몰이를 한 쪽이 승리한 사례였다. 2012년에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야권이 역전승을 꾀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 두 사람은 치열한 신경전 끝에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를 이뤄내 양자구도로 박근혜 후보와 맞붙였으나 108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안철수-유승민 단일화 가능할까
올해 대선도 현재 시점에서 보면 5개 정당이 모두 독자 후보를 내는 다자구도로 출발하고 있다. 중도진영에서 빅텐트를 치고 있는 국민의당은 일단 안철수·손학규·정운찬·천정배 후보 등 4자 경선이 유력해 보인다. 바른정당은 유승민·남경필 양자 대결 속에 현재 유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가고 있다. 새누리당도 독자 후보를 반드시 낸다는 목표다. 하지만 몇번의 단일화가 변곡점을 형성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결국 문재인 대 나머지의 싸움"이라며 "나머지가 어떻게 뭉치느냐에 따라 향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등 3자 구도에선 문재인이 된다는 것을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막판에 반드시 단일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전통 보수층에서 인기있는 후보는 아니지만 반문재인 진영의 단일 후보가 되면 1대1 진검승부를 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단일화를 위해선 큰 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성냥개비만 모여 있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신헌철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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