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어떤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 오전에 결심했다는 말 한마디만 남겼습니다.
과연 오늘 오전에 반 전 총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최은미 기자입니다.
【 기자 】
성큼성큼 걸어와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을 꼭 잡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협치와 소통을 해낼 수 있는 지도자라며 스스로를 치켜세우지만,
▶ 인터뷰 : 반기문 / 전 유엔 사무총장
- "세계 어떤 지도자들, 어떤 정파, 분쟁 당사국들과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제가 좀 축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인 위원장은 중도 행보를 펼치려다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를 '낙상'에 빗대며 일침을 가합니다.
▶ 인터뷰 : 인명진 /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겨울엔 미끄러워서 여기저기 다니다간 낙상하기가 쉬워서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좋습니다."
곧바로 바른정당을 찾은 반 전 총장은 떨어지는 지지율에 착잡한 심정을 털어놓습니다.
▶ 인터뷰 : 정병국 / 바른정당 대표
- "하느라고 하는데 여론이 자꾸만 떨어진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래서 제가 판단할 때 이러이러한 요인 때문일 것입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고.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는 만남 자체를 거절당해 근처도 못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난 반 전 총장은 면담 직후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심 대표는 "꽃가마 대령하겠다는 사람 절대 믿지 마시라"고 하자, 반 전 총장이 "요즘 절감하고 있다"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고 전했습니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반 전 총장이 남긴 말은 오늘 오전에 결정했다는 것 뿐.
"오늘 아침에 결정하셨다고요?"
"오늘 오전에 결정하셨다는 건가요?"
▶ 스탠딩 : 최은미 / 기자
- "떨어지는 지지율에 점점 확신을 잃어가던 반 전 총장이 막상 국회에서 심한 홀대를 받자 몇일 전부터 해 오던 결심을 굳힌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 cem@mbn.co.kr ]
영상취재 : 김석호,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