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에 대해 대선 주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놀라면서도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10% 중반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그를 향했던 표심이 어느 대선 주자에게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어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세론'을 강화할 기회를 포착했다는 반응이다. '제3지대 빅텐트'를 구상해온 '중도진보성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그를 향했던 중도표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본다. 반 전 총장 영입에 나섰던 바른정당은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대세론'을 더 강화하게 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이날 서울 영등포 꿈이룸학교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향후 구도 부분은 저인들 예상할 수 없다"면서도 "분명한 건 정권교체를 하고자 하는 후보와 정권연장을 하고자하는 후보의 대결이 될 텐데 그 대결에서 우리 국민들의 압도적인 민심이 정권교체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해서 문 전 대표는 "그동안 보여주신 것에 비춰보면 좋은 경쟁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반 전 총장은 꼭 정치가 아니라도 외교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실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차기 정부에서 반 전 총장이 기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 문제에 관해서는 반 전 총장으로부터 많은 자문과 조언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유엔사무총장으로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원로로서 더 크게 기여를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반 전 총장이 명예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며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또 "(반 전 총장이)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을 감당하실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고도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이후 정당활동을 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역할론'을 강조했다.
이날 대구 성서공단을 방문한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대선불출마 선언이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외교 현안이나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며 "그때 (반 전 총장이) 10년의 유엔 사무총장 경력을 살려서 특사로 여러가지 외교 현안들을 푸는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 이후에도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에 입당해 대선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 안 전 대표는 "저는 정당과 관계없이 (반 전 총장이) 대한민국의 큰 어른으로서 어떤 정치세력과도 관계없이 국가를 위해서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이 설 연휴 이후 대선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와 대결하면 이기지 못하는데,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명예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은 설 지나서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 전 총장의 사퇴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제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갑작스런 소식이지만 고뇌 끝에 내리신 결정으로, 존중한다"며 "정치를 직접 하지 않으시더라도 유엔 사무총장 등 평생의 경륜과 경험을 대한민국을 위해 소중하게 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바른정당 소속)는 "반 전 총장은 여전히 국가의 큰 자산이며 오랜 경험과 경륜을 살려 국가 원로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주리라 기대한다"며 "시대의 요구는 정치의 세대교체로 흘러가고 있다.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이 훌륭한 외교관이었을 망정 역시 국민 속에서 함께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심과 시대의 흐름, 시대 정신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면서 불출마 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또 "(반 전 총장이) 촛불 집회의 이런 발언을 보고 '이번 주 내에 끝난다'고 봤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촛불집회를 두고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하면서 민심과 역행하는 행태를 두고 대선에 걸맞지 않은 후보임을 확신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 지지층이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보수가 일정 부분 황교안 총리 쪽으로 집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집결한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이어가는 정권 재창출은 단연코 없다"고 말했다.
야2당과는 달리 반 전 총장 영입을 적극적으로 타진했던 바른정당은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이다.
반 전 총장을 대선 주자로 영입하려고 했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너무 큰 충격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가 아쉽다"며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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