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반 전 총장이 빠져나간 자리는 최근 다크호스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메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 권한대행 본인은 아직 대선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괄목할 만한 지지율을 확보해 '보수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반 전 총장 지지율 일부를 흡수하는데 성공할 경우 유력한 보수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1일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직후 여당인 새누리당에선 '황교안 대안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황 권한대행 본인은 아직 대권도전 가능성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지지층 요구를 결국 뿌리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은 지지율 3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다른 여론조사에선 야권 유력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지사와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였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2002년 대선때 노무현 당시 후보도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지지층 압력에 떠밀려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지 않았나. 문재인 후보도 2012년 대선때 당초 출마의 뜻이 없었지만 지지층의 열렬한 요구에 결국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며 "황 권한대행 역시 지지층의 출마요구가 거세지면 어쩔 수 없이 (출마)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한 측근은 "황 권한대행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 않겠느냐"며 "4년간의 국정경험, 안정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큰 만큼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심각히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직분 자체가 그의 출마 결심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만일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이 나오면 2개월후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안정을 책임진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결심할 경우, 자신의 대권욕심을 위해 국정을 팽개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반 전 총장 영입에 공을 들였던 바른정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바른정당은 당내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지율 5%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반 전 총장과 유 의원, 남 지사의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로 보수는 물론 중도진영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따라 당내 대권주자들 반발에도 당 최고위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반 전 총장 캠프에서 중책을 맡기로 하는 등 반 전 총장 영입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불출마'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당장 새 판을 짜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흐트러진 보수진영을 다시 추스려 당내 대권 주자인 유 의원과 남 지사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반 전 총장에 대한 지지세 일부가 범보수가 아닌, 야권 중도 후보군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 중도 이미지가 강한 후보군으로 반 전 총장 지지세가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남기현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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