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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지역 중 대구·경북(TK)은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선호하는 반면, 부산·경남(PK)은 야권내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 영남권 정치지형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특히 PK 지역은 야권 성향이 강해지면서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은 지난해 총선에서 19개 지역구 중 5곳에서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정도로 야도(野都)로 변하고 있다. 경남에서도 지난해 총선에서 16개 지역구 중 4곳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북 의성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동명 씨(67)는 30일 "반 전 총장은 국정 경험도 풍부하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주변에서도 반기문 아니면 유승민 의원이라고 하는데 유 의원은 지역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진보 성향이어서 60대 이상 노인들에게는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은지 씨(35)는 "문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순실 사건으로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산은 젊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50~60대도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커 문 전 대표에게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북구에서 사는 신모 씨(48)도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서민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문재인 전 대표가 좀 나은 것 같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밉다보니까 문 전 대표에게 기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보수정권 유지를 바라는 TK 지역은 여당에서 좋은 후보가 나온다면 바로 찍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건설업을 하는 최 모 씨(51·대구 수성구)는 "대구·경북에서는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이 많아 새누리당 후보가 나온다면 그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보수 정권이 계속 유지돼야 대구·경북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버릴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지역에 사는 김모씨(64)도 "대구 지역에서는 전반적으로 반 전 총장에 대한 분위기가 우세하고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아직도 높다"고 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59·대구 수성구갑) 역시 "대구의 설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더 커진 것 같다. 민주당이 마치 정권 다 잡은 것처럼 오만해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말도 많았다”며 “일부 민주당 의원의 도를 넘는 행동이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은 최근 '영충호(영남·충청·호남)'로 불릴 정도로 세가 커져 이 곳 표심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반기문, 안희정, 정운찬 등 충청권 대권후보도 다수 출전한 이번 대선에서 충청 표심은 아직 '관망세'에 가깝다.
충북 청주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양석호 씨(60)는 "충청도 사람들이 원래 '예스다 노다' 이런 얘기를 안하는데 반기문 총장이 딱 그렇더라"며 "보수 진보 이념에 대해서도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서도 딱 부러지게 말을 하지 않아서 지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 씨(62)는 "귀국 후 많은 실수를 남발하면서 대전에는 반기문 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며 "충청권 민심을 잡는다는 게 원래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놓고 고심에 빠져있는 호남 민심도 아직 유동적이다. 전주에 거주하는 변호사 황원중 씨(67)는 "호남이 야당을 지지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에서 문 전 대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데 사실 주변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한다는 사람은
다만 황씨는 "안철수가 안 뜨면 문재인을 밀 수 밖에 없다는 기류는 분명 있다"며 "반 전 총장은 보수인듯 진보인듯 도대체 정체성을 알 수 없어 지켜봐야겠다는 얘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박동민 기자 / 강계만 기자 / 우성덕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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