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선 전 개헌'을 강력 주장하면서 개헌에 미온적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또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의 대북관과 안보관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공세를 가했다. 대권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개헌을 중심으로 반문(反文) 세력을 결집하고, 갈 곳 잃은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묻어난다.
25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개헌은 대통령 선거전에 이뤄져야 한다"며 "대통령 선거 때마다 개헌을 약속하고는 정작 집권 후에는 흐지부지 해오던 일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고 밝혔다. 대선 전 개헌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반 전 총장은 "개헌은 의지의 문제다"라며 "그분(문 전 대표)만 좋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맞받아쳤다.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를 '잠재적 경쟁자'라고 칭하면서, "대통령 되자마자 미국보다 평양을 먼저 가겠다고 해서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말씀이 오락가락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유엔총회 결의를 하는데 북한 입장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하는 것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공식 대권선언을 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는 달리, 그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 드렸다. (대권 선언에 대한) 해석은 언론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 전 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자리에 대한 개인적 욕심은 없다. 저는 정치교체만 된다면 여한이 없다."며 정치교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권력의지를 갖게 된 시기와 이유는
▶사생결단으로 남을 헐뜯고 어떤 수단방법을 써서라도 권력을 잡겠다고 하면 저는 권력의지가 없다. 하지만 나라를 구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제가 미력이나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권력의지가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희망이 없다며 제게 국민들께 신임을 물어보라고 했다. 12월에 결정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준비가 안됐다는 평가가 있다
▶한국문제에 대한 디테일한 문제를 파악하는데 미흡한 점이 있다. 캠프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평가도 모두 제가 결정을 늦게 했기때문이다. 어떤 분은 400미터 경주에서 350미터를 가는 것 같은데, 저는 막 출발선상에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정신 면에선 준비가 돼 있고, 빨리빨리 배워서 준비해나가겠다
-친박(박근혜)·친이(이명박) 등 반 전 총장의 정치 성향은?
▶그런 기준으로 보면 국민을 다시 분열시키는 면이 있다. 저를 친이냐 친박이냐 구분하는 건 21세기에 맞지 않다. 제가 몇사람 고르니까 친이(이명박), 친박(박근혜) 등의 프레임에 가두려는 것인데 바람직하지 않다.
- 향후 행선지는?
▶정치 지도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중이고 여러 제안들을 저한테 하는 분이 많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당이 문제가 아니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대통합을 통해 한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라면 같이 할 수 있다.
- 정당 가입시 경선 가능성은?
▶경선해야 한다면 어떤 누구와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경선이 거추장스러워 다른선택을 하는 건 아니다.
- 반 전 총장 당선시 정권연장이라는 지적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적 없고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한줌의 때도 묻지 않은 정치신인이다. 이런 프레임에 엮어넣으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정치 경험없다는 우려는?
▶저는 훨씬 높은 차원의 글로벌 정치를 했다 세계적 정치인과 대화 안해본 사람 없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정치가 부지불식간에 몸에 배어있다. 외교관으로 알지만 저도 그런 면에서 글로벌 정치인이다. 우리 정치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국격을 올려야 한다
- 개헌 반대 세력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 65%가 개헌을 지지하는데 제1당의 후보가 되실 분이 개헌은 안되겠다고 한다. 현 헌법 체제로 그대로 넘어가면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에 갇힌다 .그것이 결국 패권이다. 박근혜 패권에서 문재인 패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제1당에서 반대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의 개인의사가 강력하게 적용된다면 더더욱 문제다.
- 개헌시 선호하는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소통 안되는 정부시스템을 개선하려면 권력이 분권되어야 한다. 한반도가 준전시상태라는 점에서 외교·안보·통일 등 대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 확고하게 리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신 경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전권을 갖고 총리가 할 수 있다면 국회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국민도 신뢰할 것이다.
-취임 100일내 사회경제 아젠다는 무엇인가
▶일자리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론 4차 산업혁명에 바로 투자를하고 인력을 키우는 기틀 마련해야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와 관계가 있고, 거의 중단된 성장동력을 재점화 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 취해야 한다.
-청년실업 관련해 '젊은 고생 사서도 한다'는 접근방식 문제 아닌가
▶꼭 그렇게 하라기 보다 교육적인 면에서 얘기했고, 청년문제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너무 큰 게 문제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100대 37 정도 임금차이가 나는데,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차가 100
[전범주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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