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권주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대통령이라고 쓰고 '임금님'이라고 읽는 시대를 끝내자"며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안 지사는 22일 서울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 '안희정의 전무후무 즉문즉답' 출마 선언 행사를 열고 "세상을 바꿀 젊은 리더십, 안희정이다. 민주당의 승리를 가져오고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출마 선언 행사에는 김종민·정재호·조승래 민주당 의원 등 안 지사와 가까운 의원 뿐만 아니라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등 '핵심 친노(친노무현)' 인사들도 함께 했다. 360석 규모의 소극장이 안 지사 지지자, 취재진으로 가득 메워진 가운데 이날 행사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이날 안 지사는 '친노(친노무현) 적자'를 넘어선 '민주당 적자'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며 문 전 대표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안 지사는 "무원칙 정치에서 정당정치인으로서 당에 헌신한 유일한 정치인이 안희정"이라며 "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들 개인의 삶에서 숭고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았어도 제가 민주당의 적자이고 장자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권 적폐 청산을 놓고도 문 전 대표와의 대립각을 세웠다. 안 지사는 "장관과 수석이 감옥에 가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미 끝난 정권이다. 시민이 이기고 청산한 과거"라며 "우리가 집중할 일은 어떻게 새로운 민주주의로 넘어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긴다고 하는데 (이는) 대안이라면 너무 낮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메시지가 추상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안 지사는 '말이 어눌하다'는 한 시민의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와의 관계 때문이다. '내가 더 잘한다'고 디스(비판)할 수도 없고, 내 비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차차기인 모양이다', '문재인 쉴드치러(보호하러) 나온거냐'고 해서 어떻게 이야기를 못하겠더라"며 "그러나 이제 박근혜 이후 대한민국에 대해 묻기 시작했는데 비로소 저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즉문즉답 형식을 통해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강화한 안 지사는 유권자를 상대로 선명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전략을 폈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안 지사는 "특별히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지 않는다. 지난 여섯 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노태우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 전략과 금융실명제, 김대중 대통령의 IMF 극복과 IT산업 육성, 노무현 대통령의 혁신경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라고 밝혔다.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 시혜적 정치와 포퓰리즘은 이제 청산돼야 한다"며 "성실한 근로가 배신당하거나 노동의 가치가 억울하게 착취되지 않으면 일자리 문제나 청년실업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 정책'에 대해서도 안 지사는 "지금 노인세대는 산업화 시절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분이다. 저희를 대학에 보냄으로써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가장 큰 투자를 결정한 세대"라며 "노인빈곤을 푸는 문제는 국가공동체의 당연한 의무다. 노인과 (영·유아) 보육 분야가 국가의 복지재정을 집중해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외에는 유력 보수 진영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만큼 '산업화 세대'를 품는 발언을 통해 보수진영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호남 민심에 대해서도 소신발언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안 지사는 "영남·호남·충청으로 나뉘는 지역주의 의미로 호남의 한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에게는 민주당 정신과 김대중 정신이 없다"며 "40대 기수론으로 새 역사를 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저 안희정이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 측은 이같은 신중하고 소신있는 행보 덕분에 당내 '친안(친안희정) 세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안 지사 역시 최근 한 토론회에서 "친안파가 무섭게 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이분법'을 거부하는 안 지사 특유의 철학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안 지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법인세 인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등 다양한 현안에서 현행 제도·국가간 합의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다른 야권 주자들과 차별화를 이어갔다.
문 전 대표 역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이분법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내 '비문(비문재인) 진영' 입장에서는 '친문 패권주의' 이미지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친문 패권주의'를 거부하는 비문 세력이 안 지사와 힘을 합쳐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하는 모양새다.
이날 행사에 친문(친문재인) 진영센 박남춘·전해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출마선언을 환영한다. 후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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