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이 '사드 배치 마땅'을 주장한 가운데 문 전 대표는 '다음정부로 넘기자'는 입장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 경위를 보면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탄도 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에 대해서는 "다만 주변국과의 관계가 있는데 그런 문제는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열린 신영복 교수 1주기 추모식에서 취재진들에게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옳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갖고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것을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를 달았다.
그는 "사드 배치가 주변국에 대한 설득 과정 없이 졸속으로 결정됐다"며 "다음 정부에서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또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고 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를 놓고 정면 대결했던 두 사람이 안보 노선을 놓고 또다시 대립각을 세운 것은 각각 진보와 보수 진영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표의 전날 사드 관련 발언을 두고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문 전 대표가 한미 간 이미 합의가 이뤄진 사드 문제를 쉽게 취소할 수 없다고 한 데 따른 비난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며 "대한민국을 이끌고자 하는 사람의 셈법은 마땅히 정치적 득실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 근거해야
또 "사드는 25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 방위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제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미국과의 교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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