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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3차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문 전 대표가 내놓은 공약 가운데 삼성그룹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정책은 '금산분리' 정책이다. 한화생명 한화증권 등을 보유한 한화그룹도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지분 7.55%를 보유한 금융계열사 삼성생명이다. 이 상황에서 금산분리 정책이 시행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그룹, 나아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그만큼 약화된다.
이론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등재된 삼성물산이 나서서 삼성생명이 주식시장에 내놓을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일 만한 현금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는 금융회사의 타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타계열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쉽사리 이뤄질 수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강력한 금산분리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작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삼성의 지배권이 해외 자본 등에 의해 잘게 쪼개져 이도저도 아닌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주사의 자회사 주식 의무소유비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상향조정(상장사 30%, 비상장사 50%)한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도 부담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행 법률하에서도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선 각 계열사별로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기준이 높아질 경우 사실상 삼성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부활될 경우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그룹 등이 직격탄을 맞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재계는 일제히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준조세 금지법은 환영하지만 그 외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금산분리 강화, 출자총액제도 부활,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응이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 경제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재벌을 포함한 기업들은 국제 무대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 대표의 재벌공약은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막아 투자와 고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을 옥죄는 공약은 자칫 경제와 경기를 침체의 늪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출총제의 경우 문제가 많아서 노무현 정부였던 2007년 대폭 완화했다가 2009년에 폐지한 제도"라고 지적하며
[김동은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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