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국민 48%의 표를 받은 문 대표는 확고한 당 조직과 지역기반을 갖춰, 수성(守城)에만 성공한다면 가장 대권에 가까운 후보다. 문 대표와 필적할 만한 거의 유일한 대안은 중도보수 진영의 반 총장이지만, 다른 세력과의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혈혈단신' 반 총장의 지지도가 얼마나 받쳐주느냐, 상대방의 파상적 정치 공세를 뚝심으로 버텨내느냐, 반문(反文) 연대를 이뤄내 끝까지 끌고갈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한 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은 대선을 향한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대의 핵심고리인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고 자신에 대한 검증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엔 10년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택한 반 총장은 단단히 결심을 굳힌 듯 보였다.
반 총장은 '23만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너무 기가 차고 황당무계하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음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이런 정치 현실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다. 과연 이것이 정치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참 한심하고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반 총장은 "검증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검증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 그 과정을 제가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은) 도덕성이든, 자질이든, 정책이든 상관없다. 그것이 제가 바라는 것"이라며 "지도자를 뽑을 때는 모든 면을 다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46년에 걸친 자신의 공직생활을 거론하면서 "국내에서 국회 청문회만 안 거쳤지 모든 검증절차를 다 거쳤다. 모든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고 통과됐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 70억명이 지켜보고 있는 자리다. 저는 양심에 비춰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고도 했다.
개헌에 대한 질문에는 "헌법은 1987년 개정이 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몸은 많이 컸는데 옷은 안 맞는 상황"이라며 "필요한 부분은 개헌해야 하는게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문제는 본인이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되며 어디까지나 전문가들과 협의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서울에서 말씀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은 갖고 있다고 말해 개헌에 대한 공부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반 총장은 1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에게 새해 인사차 전화를 걸었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이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하시고 새해 더욱 복을 많이 받으셔서 건강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에 이 여사는 "한국에 오셔서 모든 일이 잘 되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생존해 계실 때와 서거 이후 이 여사께 꼭 신년 인사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국민대통합을 신년화두로 꺼낸 바 있는 반 총장은 귀국 후, 좌우와 지역을 가리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모든 공식일정을 마친 반 총장은 오는 3일 사무총장 관저에서 나와 모처에 머물면서 향후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귀국은 이달 중순으로 아직까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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