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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국조특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수사의뢰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특검사무실을 방문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정부·여당의 위기는 야당 정치인에겐 기회다. 실제 촛불정국에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맹활약하며 정국을 주도했다. 국정수습책 논의 과정에서 혼선도 빚고 때론 얼굴도 붉혔지만 두 야당 원내 사량탑은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 애초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한 김성태 의원과 황영철 의원은 여당 출신임에도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무대삼아 스타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청문회 무게중심을 잘 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증인들 답변이 불량할 땐 "자세 바로잡고 똑바로 대답하라"는 불호령을 내려 국민들로부터 "사이다처럼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황 의원도 여당 출신임에도 야당 의원을 능가하는 송곳 질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분당 국면에서 비박계가 주도한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개혁적 이미지가 부각됐고 신당 창당과정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며 이름값을 높였다.
국조특위 소속 야당 의원 중에선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기자 출신답게 팩트를 중심으로 청문회 증인들을 몰아세우며 청문회를 주도했다. 청문회 내내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서 "죄송하다. 최순실이란 이름은 제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순 없을 거 같다”는 발언을 이끌어낸 장면은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반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국조특위 소속이지만 청문회 증인 못지 않게 욕을 많이 먹었다. 비상식적인 주장을 반복한데 이어 청문회에서 위증교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최순실 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와 3년전 같이 식사를 하는 사진까지 공개되자 맹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수십년 전 감사원에 재직할 때 군청에서 촌지를 받았다는 과거사까지 들춰지면서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핵심 친박인 새누리당의 최경환 의원과 이정현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순장조로 박 대통령과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처지에 몰렸다. 박근혜정부에서 경제부총리까지 맡으며 최측근으로 활약한 최 의원은 지난 1월 여의도로 컴백해 '친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대구·경북(TK)지역 공천과정에서 영향력을 미쳤으나 총선 참패로 친박 책임론을 떠안게됐다.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대표는 당직자로 출발해 영남당 대표까지 오르며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지만, 그의 '거위의 꿈'은 4달만에 무너졌다. 현 정부서 잘 나갔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엘시티' 유탄을 맞으면서 초라한 마무리를 맞이했다.
최순실 정국과 별개로 명암이 엇갈린 정치인들도 많다. 우선 '경제할배'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올해 1월 정치권에 컴백한 이후 정치권의 중심에 있었다. 총선 땐 막강한 공천권을 쥐고 강성 인사는 퇴출시키고 전문가 출신들을 적극 영입해 민주당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총선결과 원내 1당이라는 예상치 못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김 전 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서 "지난 1월 15일 난파 직전의 '더불어민주당호'의 선장을 맡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노욕이다' '셀프다' 하는 온갖 수모를 다 참아가며 오늘의 원내 제1당을 이뤘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대표 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제3지대론과 개헌론을 던지며 오히려 몸값을 더 키웠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치적 재기를 노리던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첫 여당 원내대표 자리를 꿰차며
[오수현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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