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에서 야권 잠룡들이 개헌과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거세게 맞붙을 전망이다. 개헌과 결선투표제 모두 사실상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한 주장인만큼 야권 잠룡들 맞대결이 문 전 대표와 ‘반문(반문재인)’ 간 대결로 압축될지에 정치권 시선이 집중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2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토론회에서 “개헌을 해야 하지만 대선 전 개헌은 반대한다. 개헌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합리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개헌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안 전 대표는 “선거 제도를 개혁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다당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특히 결선투표제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 전 대표가 주장한 결선투표제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요구한 바 있다. ‘문 전 대표 대 비문재인’ 구도로 경선이 흘러가면 ‘비문’진영 표를 끌어모아 승부를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야권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2012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대선 경선 당시 국민경선·모바일투표·결선투표제가 반영된 경선 룰이 채택됐고, 문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선출된만큼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토론회에서 개헌을 매개로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손 전 대표는 “기득권 세력, 특권 세력, 패권 세력을 지키자는 것이 호헌이다. 개헌을 이긴 호헌이 없다”며 “이제 협치와 합의제 민주주의는 불가피한 미래가 되고 현실이 됐다. 연립정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개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만큼 개헌에 속도를 내 ‘친박(친박근혜)’ ‘친문(친문재인)’ 등 패권세력을 제외한 정치 세력이 모인 제3지대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같은 공세에 문 전 대표는 기존 주장에 선명성을 더 강화하며 맞섰다. 문 전 대표는 “구시대는 가짜 보수의 시대로 친일 독재가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 주류로 행세한 ‘가짜 보수’ 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가짜 보수는) 안보장사와 색깔론, 종북 프레임으로 보수 자리를 차지하면서 기득권을 지켜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잠룡이 한 자리에 모인만큼 이날 이들 사이에서는 날선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며 문 전 대표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문 전 대표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담담히 듣기만 했다. 최근 문 전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섀도 캐비닛’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는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없는 상태라면 장점이 많다고 본다”면서도 “현재 선거법상으로 자칫 매수죄에 해당한다. 선거법 저촉에 대한 대비
손 전 대표 역시 ‘섀도 캐비닛’에 대해 “현 상황에서 섀도 캐비닛을 제대로 내놓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가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손 전 대표는 “시간은 충분하며 의지와 결단의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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