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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 의원들이 21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분당’을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비박계의 탈당 선언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사실상 출마 선언이 한 날 이뤄졌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시한 내에 확정할 경우 늦어도 내년 8월 이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30년 만에 다당제 하에서 치러질 차기 대선은 ‘1노(盧) 3김(金)’의 4자 구도였던 1987년 13대 대통령 선거를 연상케 한다. 내년 대선에서 비박 신당을 포함해 원내 교섭단체정당 4곳이 모두 후보를 낼 경우 최소 4명이 본선에 뛰어들게 된다. 물론 합종연횡이 이뤄지면 양자 구도, 또는 3자 구도가 될 수 있어 정치권의 물밑 교섭에 따라 선거 지형도 요동칠 전망이다.
◆潘 선택이 보수진영 변수
비박계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의 분당을 결행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대권 주자로만 보면 비박 신당이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확보해 비교적 풍부해 보인다. 이날 탈당을 선언한 유 의원 외에 원 지사도 탈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 전 시장도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핵심 당원 설득 후 신당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진영 지지율 1위인 반 총장과 국회 밖 보수세력이 모두 비박 신당으로 합류해야 ‘보수 적통(嫡統)’ 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대선에서 폭발력도 배가할 수 있다. 기존 새누리당은 의원 수는 더 많지만 대권주자는 인물난에 가깝다. 출마 의사를 밝힌 이인제 전 의원과 원유철, 정우택 의원 등이 후보군인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본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수준이다. 따라서 친박 진영은 반 총장에게 강력히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보이지만 박근혜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반 총장의 선택지는 오히려 제3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충청권을 비롯해 새누리당 중도파가 추가 탈당할지 여부도 결국 반 총장 행보와 맞물려 있다. 만약 반 총장이 귀국 후 비박계와 연대하면 뚜렷한 대권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에서 2차 탈당 러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흡수통합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비박쪽 희망 사항이다. 일각에선 대선 직전 친박과 비박이 다시 연대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워낙 깊다. 탈당파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반 총장 영입과 관련해 “늘 대화를 했던 분이라 (영입 추진은)당연하다”며 문호를 활짝 열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대권 후보로 미는 일부 비박계는 반 총장 영입에 다소 미온적이다.
◆문재인-안철수 셈법 복잡
반 총장의 출마가 가시화되고 여권이 분열하면서 야권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문 전 대표의 측근 그룹은 ‘다자구도 필승론’에 기울어 있다.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을 중도·보수로 포지셔닝시키면 사실상 진보 표를 민주당이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만약 4자 구도가 되면 자신이 35~40%만 득표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반면 87년 대선처럼 야권 분열로 보수정당이 다시 어부지리 집권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국민의당과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적극 열어두고 제2의 DJP연합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내 후발 주자들의 생각은 다소 엇갈린다.
국민의당은 비박 신당으로 인해 제3지대와 중도 진영의 기반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기존 새누리당과 연대 가능성은 부인했으나 비박 신당과의 합종연횡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먼저 손학규 전 대표부터 영입하고 이후 비박 신당, 나아가 반기문 총장까지 끌어와 국민의당이 중도 단일후보를 내는 식으로 문 전 대표와 1대1 구도를 짜겠다는 복안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국민의당에서 강한 경선을 해 국민에게 대선후보로 선택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의사를 반 총장 측에 전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개헌 공약을 매개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와 연대할 수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새누리당 계파 패권주의 청산이 다른 당으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당 친문재인계를
그러나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가 비박계와 연대를 형성한다면 보수 정체성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호남에 대한 아디오스(작별 인사) 선언이 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바로 이 대목에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고민이 있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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