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는 ‘유승민 전권 비대위원장’ 카드가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박 주류에 의해 사실상 거부됐다고 판단하고 분당하기로 뜻을 모았다. 빠르면 21일 새누리당 분당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비주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20일 언론브리핑에서 “우리의 마지막 요구였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제안도 오늘 의총 논의 결과로 보았을 때 거부된 것으로 판단될 수 밖에 없다”면서 “탈당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행에 적극 돌입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또 “지금까지 당내 쇄신과 혁신을 위해 인내하며 노력해왔으나 이 기대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더 이상 친박의 불분명한 입장과 시간끌기로 혼란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비주류는 오찬 모임을 갖고 “이제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뜻을 모았다. 모임에는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심재철 국회부의장, 주호영·강석호·권성동·여상규·이종구·황영철·김성태·이군현·김세연·하태경·오신환 의원이 참석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확정된 탈당 규모만 현직 의원 20여명이고 중도 성향 의원들도 설득해 분당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최소 의원 20명만 확보해도 새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고 내년에 국고보조금을 받아 정당 운영에도 숨통을 튀울 수 있다.
약 30여명으로 추정되는 중도 성향 모임도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도모임을 주도하는 이주영 의원은 “당의 분열되지 않도록 비대위원장은 비박계가 추천하는 유승민 카드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면서 “그게 안 되면 김무성 전 대표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야 한다는 게 소수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분당은 이번주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비주류가 탈당을 결행하기로 한데다가 정우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선출 문제를 2~3일내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합과 쇄신, 정권 재창출이라는 세가지 기준을 가지고 여러 채널을 통해 유승민 의원이 적합한지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3일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비대위원장 선출은 당헌·당규에 있는대로 하면 된다. 의원총회에서 정견발표를 요구하는 건 굉장히 모욕적이고 최소한의 예의가 없는 짓”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비대위원장 선출을 경선으로 하겠다면 응하겠다. 그러면 친박이 추천하는 후보와 토론도 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왜 본인(유승민)이 위원장을 해야 당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혁신 프로그램을 갖고 전권을 달라고 요구하는지 공개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맞받아친 것이다. 심지어 정 원내대표는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당의 내분과 내홍이 심해져 심지어 풍비박산과 분당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의 아바타, 친박의 앞잡이가 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도 유 의원만큼은 비대위원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유 의원은 분당 관련해 “이제까지 뜻을 같이 해왔기에 같이 행동해야 하지 않겠나. 정 원내대표가 확실한 결론을 공표하면 다른 의원들과 충분히 얘기해서 결론을 말씀드리겠다”며 김무성 전 대표와도 상의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반면 친박계는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진태 의원은 ‘유승민 3불가론(不可論)’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가 새누리당을 덮칠 것”이라며 “(유 의원은) 신뢰, 능력, 염치가 없어서 안 된다”고 밝혔다.
친박계 좌장격인 최경환 의원도 “비주류에서 당 화합을 바탕으로 혁신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면 왜 거부하겠나
핵심 친박인 김태흠 의원은 주류의 수용가능성에 대해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고 이장우 의원은 “당이 풍비박살날 확률이 너무 높다”고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안병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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