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청 245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증인으로 참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물론 최순실씨조차 “모릅니다”라고 12시간째 반복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밤 10시께 “시민들이 (카톡으로) 제보를 한다”며 지난 2007년 7월 19일에 있었던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해당 영상에는 당시 박근혜 캠프 법률위원장인 김기춘 전 실장의 모습이 확인됐고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취득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내용 역시 담겼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을 향해 “최순실씨를 (정말) 몰랐다? 이게 앞뒤가 안 맞죠”라고 지적했고, 그 때서야 김 전 실장은 “죄송합니다. 최순실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까 제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라고 실토했다.
박영선 의원은 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사전에 알았다’는 의미에 대해 “(2013년 8월~2015년 2월) 인사위원장이자 비서실장이던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이 임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우병우 전 수석 등은 실은 최순실씨가 시켜서 된 것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양팔이 다 썩은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률가인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가 최태민의 딸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일부러 접촉안하고 방치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책임을 회피하려고 최씨와 직접 접촉할 때 조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실장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덕분이다.
박 의원은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시민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는데 해당 동영상이 그 자리에서 잘 안 열려서 옆에 보좌관-비서관들이 총동원되어 동영상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 시간이 불과 10분이 채 지나지 않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처리해서 국민들에게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박영선-손혜원-안민석‘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3인방 의원들의 공조도 큰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2차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무언가 교감을 갖거나 짜고 나온 것 같았다”며 “시민제보에 따라 과거 동영상을 찾고 주제에 따라 적절하게 발표순서를 바꾸는 등 민주당 의원끼리 협력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60% 정도만 실체를 드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을 알고서도
박 의원은 또 “최순실씨는 어디까지 손을 대려고 했는지 궁금하다”며 “도대체 우리 대기업을 무엇으로 생각했나. '금나와라 뚝딱’같은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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