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했다가 ‘정윤회 문건’에 최씨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서야 “착각했다”며 진술을 바꿨다.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최씨에 관련해 “이름을 못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접촉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야당 위원들은 김 전 비서실장이 거짓 증언을 한다며 반발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문제의 정윤회 문건에 대해서도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이 작성해 자신에게 가져왔다고 주장했지만, 야당 위원들은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작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청문회 내내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저도 답답하다. 최순실씨를 제가 안다면 만남은 물론 없지만, 뭔가 한 번 통화, 통신이라도 있지 않겠나. 정말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과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근무 당시 최태민 일가에 대해 몰랐냐고 묻자 김 전 비서실장은 “당시 큰 영애(박 대통령)와의 여러 가지 관계, 최태민의 비위 등을 조사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그 소문을 들었다”면서도 “따님(최순실 씨)과의 관계도 있다는 건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질 때까지도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그 문건에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안나온다. 정윤회라는 이름만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문건’을 공개하고 첫째 장에 최씨의 이름이 적혀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박 의원은 “정윤회 문건 첫 문장에 등장하는 것이 최순실이다. 김 전 비서실장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를 봐라”라고 추궁했다.
이에 김 전 비서실장은 “착각을 했다”면서 말을 바꿨다.
아울러 박 의원은 김 전 비서실장이 2004년 한나라당 법률자문위원장을 역임할 당시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틀었다.
이 영상에서 최씨의 실명을 거론하는 장면이 나오자 당시 그 행사에 참석했던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죄송하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면서도 “이제 최씨의 이름을 못들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그렇지만 최씨와 접촉은 없었다”라고 했다.
또 김 전 비서실장은 최씨의 남편인 정윤회 씨 대해서도 접촉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
박 의원은 “하늘이 무섭지 않냐. 그만 거짓말을 해라”고 지적했다.
진실공방이 거세지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누구도 김 전 비서실장을 믿지 않는다”며 “증인 중 김 전 비서실장만 남기고 자정을 넘기도록 ‘끝장토론’을 하자”는 제안까지 내놨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