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의 디데이(D-day)로 잡은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5일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파의 발걸음도 조급해지고 있습니다.
탄핵안의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확보하려는 야권과 이를 저지하려는 여권 주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여권 비주류가 뒤엉켜 자파의 존망을 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야권 3당과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각각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한 명이라도 더 우군으로 확보하는 작업에 가용 전력을 모두 투입하고 나섰습니다.
야권 3당의 경우 무소속까지 포함해 172명의 찬성표가 확보됐다고 보는 가운데 최소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28명의 찬성표를 끌어내야 탄핵안 가결이 가능합니다.
비주류는 최소 35명의 찬성 의원이 확보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모두 표결에 참여할지 장담할 수 없고, 참여한다 해도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표를 반드시 던진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야권 3당은 "협상은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비주류의 탄핵안 찬성 표결을 독려하고 압박하는 데 진력했습니다.
또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각종 회유에 나설 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주류 의원들의 '변심'을 막도록 일일 비상 의원총회와 100시간 연속 팟캐스트, 국회 앞 촛불집회 등을 통한 총력전에 돌입했습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4월 퇴진에 대한 여야 합의는 있지도, 있을 수도 없다"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로지 민심과 양심에 따라 탄핵 대열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바로 여야가 '4월 하야, 6월 대선' 등의 일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된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끌어내리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루비콘 강을 건넜고 탄핵의 외길만 남았다"면서 "대통령이 4월 퇴진을 약속하더라도 탄핵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의 움직임에 맞서 새누리당 친박계도 비주류에 대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며 결사 항전에 나섰습니다.
전날 비주류 측에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 수용 입장 발표와는 별개로 탄핵 표결에 참여키로 방향을 정하자 당이 사실상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비주류는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대통령의 4월 말 퇴진 입장을 밝히도록 하는 당론 추인에 찬성까지 해놓고 이틀 만에 뒤집었다"면서 "이제는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비주류가 '4월 퇴진 당론'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집었다고 비난하면서 탄핵안에 찬성하는 의원 숫자를 최소화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친박 일색의 당 최고위원회는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해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 당론'에 대한 입장을 조속히 내놓으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정현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는 당론으로 정한 내용, 또 국가 원로들이 요구한 부분에 대해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청와대가 그 부분을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당론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비주류의 탄핵 대오에도 균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행보입니다.
실제로 비주류 내부에서는 여전히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미묘한 간극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는 '대통령의 입장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탄핵 표결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여전히 온건 성향의 일부 비주류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구체적인 퇴진 시점을 밝히면 탄핵 대신 자진 사퇴로 가야 한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비상시국위에서 탄핵안에 찬성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고, 여야 합의가 없으면 표결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실제 하야 선언을 했을 경우 찬성이 많을지 반대가 많을지는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박 대통령은 9일 본회의에 앞서 제4차 대국민담화 또는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을 통해 의견을 표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