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새누리당이 탄핵만은 막겠다며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는 있는데, 청와대는 응답이 없습니다.
대체 지금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청와대 출입하는 최은미 기자 나와있습니다.
최 기자, 지금 대통령의 머릿속이 궁금합니다.
【 답변 】
이해하시기 쉽도록 그림을 한 번 그려봤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금 머릿속인데요.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하야는 없다' 입니다.
하야는 직장인들 사표 내는 것처럼 조건 없이 당장 그만두는 거예요.
막말로 국회가 지금 그만두세요, 하면 지금도 그만둘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보면 그게 전혀 아니에요.
하야는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입니다.
불명예 퇴진인 거죠.
우리나라 역사상 하야한 대통령은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3명뿐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하야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제기된 잘못들을 모두 인정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주변을 잘 다스리지 못한 책임만 인정했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스스로 물러난다면, 검찰의 주장처럼 최순실이 저지른 모든 일의 공범임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보는 겁니다.
【 질문2 】
아니 그럼, 3차 대국민담화 때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한 건 뭔가요?
국회가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한 거 아니에요?
【 답변 】
이 부분을 많은 분이 헛갈리는데요.
개헌을 통해서 권력 구조를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면, 그 정도는 받아들이겠다, 이게 3차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밝힌 결심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헌을 통해 임기를 단축하지 않은 채로 물러나는 '하야'는 지금 대통령이 고려하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입니다.
【 질문3 】
그렇다면, 4월 말 퇴진을 못박으라는 새누리당의 요구도 못 받겠네요.
4월 말까지 무조건 내려오라는 주장이니까요.
【 답변 】
맞습니다. 만약, 여야가 4월 말까지 우리가 꼭 개헌을 이뤄낼 테니, 개헌이 된다면 그땐 꼭 퇴진하세요, 라고 한다면 수용하겠죠.
그런데 개헌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4월 말에 퇴진한다고 약속해라, 하는 건 사실상 하야하겠다고 약속하라는 뜻이기 때문에, '하야는 없다'는 박 대통령 기본 원칙에 맞지가 않습니다.
【 질문4 】
여야 입장에서는 개헌을 전제로 한 퇴진만 받겠다는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결국 남는 건 탄핵밖에 없는 건가요?
【 답변 】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박 대통령은 하야할 바엔 차라리 탄핵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탄핵안이 받아들여져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나는 억울하다"고 말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죠.
국민 정서법에 탄핵당한 '희생양'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오히려 지지층들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측면도 있습니다.
【 질문5 】
'하야는 없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 때문일까요?
4월 말 퇴진을 당론으로 만들었던 새누리당 비주류 안에서 이제는 무조건 탄핵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은데요.
【 답변 】
앞서 리포트로 전해 드렸지만, 지금 막 끝난 새누리당 비주류 모임에선, 대통령이 퇴진 시기를 못 박든 안 박든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촛불 민심이 오히려 더 거세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더이상 대통령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사실상 탄핵은 시간문제가 된 셈인데,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이고, 친박계 의원들도 탄핵 대신 하야하는 쪽으로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었거든요.
이 설득이 받아들여지겠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하야는 없다, 차라리 탄핵하라는 기존 입장이 더 확고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무슨 입장을 밝히든 탄핵을 막을 순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니까요.
남은 5일간 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