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새벽 3시 58분.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각에 국회의원 281명은 국회의사당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3~5세 무상보육) 전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야당 의원 중 일부가 반대 및 기권표를 각각 30명씩 던졌지만 221명이 찬성해 예산안은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언뜻 보면 ‘일하지 않는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로 바뀐 듯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20대 국회 첫 예산안은 결국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을 또다시 어겼다. 국회선진화법이 처음으로 적용된 지난 2014년에는 정치권이 예산안을 법정 처리시한내 통과시켰지만 쟁점법안 처리로 본회의 개의가 지연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영향으로 법정시한을 넘겨버렸다.
정기국회 초반부터 소관 부처의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개별 상임위원회는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온통 최순실 의혹 규명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수일 전부터 “정부와 여야가 내년도 예산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 스텝이 꼬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한 야당 소속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청와대가 예산안도 처리 못하는 ‘무능 국회’를 부각시켜 현 시국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앞서 3일 오전 11시 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은 회동을 하고 가장 큰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소득세에 대해 합의문을 발표하자 기획재정부 예산담당 공무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누리과정 예산에 추가로 배정하기로 한 일
[안병준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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