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김기춘 향한 檢 칼날…'문체부 인사전횡' 정조준
↑ 사진=연합뉴스 |
검찰이 현 정부 '왕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남은 검찰 조사와 향후 이어질 특검 수사의 방향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30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국회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김 전 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수사 중입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김희범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을 것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이 의혹은 지난달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유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실·국장들을 자르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6명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이 중 3명은 공직을 떠났습니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에서 그렇게 요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김 전 실장이 애틀랜타 총영사였던 김 전 차관을 불러 '성분 검사'를 한 뒤 맡겼던 업무가 그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 사실상 최씨가 소유하며 마음대로 주무른 것으로 드러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을 지닌다는 해석을 낳았습니다. 재단 설립에 앞서 업무를 관장하는 문체부를 길들이려고 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누군가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면 적용됩니다. 이는 공무원이 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수사는 이 혐의를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김 전 실장을 둘러싸고 제기된 다른 의혹으로 점차 확대될 전망입니다.
핵심은 김 전 실장이 최씨의 '국정농단'을 비호했다는 의혹의 규명입니다.
민간인인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채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국정에도 개입한 것을 대통령 가까이서 보좌한 비서실장이 전혀 모를 수 있었느냐는 의심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특히 최씨 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 변호인이 최근 '최씨의 지시로 차씨가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은 증폭됐습니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임명 전 당시 현직이던 김 전 실장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김 전 실장은 "바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도 대통령 뒤에 그런 사람이 있어서 이런저런 장난을 한다는 것까지는 전혀 몰랐다"며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결국 특검에서 진실이 가려질 전망입니다.
'최순실 특검법'에 따르면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최순실을 위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고 관련 공무원을 불법적으로 인사 조처했다는 의혹 사건'도 수사 대상입니다. '기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할 수 있으므로 수사 범위는 얼마든지 가지를 뻗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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