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발의 초읽기…총리 '권한대행' 직무범위 어디까지
↑ 탄핵안 발의 / 사진=MBN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경우 직무 범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행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 정부의 사례를 기초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 사례는 = 헌정사에서 총리 등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 사례는 모두 네차례입니다.
첫 번째는 1960년 4월 27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임하고, 대행 1순위인 허정 외무부 장관이 권한을 대행했습니다.
1962년 3월 24일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사임하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당시 장군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지위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습니다.
세 번째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되고, 최규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 고 건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 전례가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의 직무범위…다수설은 '현상 유지' = 헌법학자들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 대행의 직무 범위는 크게 4가지로 나뉩니다.
다수설은 국무총리가 국정 마비를 막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한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임명직 공무원인 국무총리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 대행은 국무위원이나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처럼 중요한 협정이나 조약도 체결할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 대행은 임시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통설"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는 헌법상 대통령 권한 대행자의 업무에 제약이 없는 만큼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또 대통령 궐위시에는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사고로 잠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현상 유지만을 해야 한다는 견해와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습니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 고건 전 총리는 철저하게 낮은 자세로 제한적인 업무만을 수행하며 다수설을 따랐습니다.
경호와 의전에서도 청와대팀의 합류를 최소화했고, 외국 대사 신임방 제정식을 제외하고는 청와대를 거의 찾지 않았습니다.
고 전 총리는 국가보훈처 차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도 발표했지만, 총리실이 아닌 청와대에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또 청와대 비서실이 기존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도록 하면서 공적인 국가활동에 대해서는 청와대 비서실의 보좌를 받았고, 총리실 업무에 대해서만 국무조정실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고 전 총리는 당시 특별사면에 앞서 국회의 의견을 듣도록 한 사면법 개정안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 또한 대통령의 고유권한 가운데 하나인 사면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지 새로운 직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었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어디까지…한중일 정상회담 참석ㆍ1월 헌법재판소장 임명 관심 =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면 황교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됩니다.
정치권에서는 황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해도 고 전 총리의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념적 성향이 박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황 총리가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을 넘어선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면 당장 관전 포인트는 헌법재판소장 임명과 12월19~20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여부입니다.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로, 다음 달 초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시기적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9명의 헌법 재판관 가운데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 역시 내년 3월까지로,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황 총리가 이 재판관의 후임도 임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황 총리가 고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역할을 '현상 유지'로 묶어둔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남은 7명이 탄핵심판
일본에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도 권한 대행 자격으로 참석할 지 여부도 외교 당국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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