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 7인방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해법을 찾기 위해 20일 머리를 맞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제안한 이번 회동에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참석한다.
차기 대선 정국 핵심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만큼 이 자리에서 논의될 의제에 대해 정치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풀기 위한 야권 잠룡들의 의견 차이가 첨예하고 차기 대선 정국에서의 이해관계가 워낙 엇갈리는 탓에 눈에 띄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핵심 의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를 어느 수준까지 높이느냐가 될 전망이다.
다른 잠룡들과는 달리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온 문 전 대표와 김 의원 역시 최근 박 대통령 거취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만큼 20일 회동을 통해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에 뜻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는 18일 ‘엄마와 함께하는 시국대화’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해 “과거 이승만 대통령보다 훨씬 더 나쁜 것 같다”며 “이승만 대통령은 독재자였지만 국민의 하야 민심이 확인된 순간 깨끗하게 물러나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직 뒤에 숨어서 수사를 회피하고 버티는 것은 정말 추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퇴진 촉구에는 공감한다고 해도 차기 대선 시기 등 향후 정국을 풀어나갈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질서있는 퇴진론’과 함께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조각권을 갖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내치·외치 구분없이 국정을 담당한 뒤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고, 손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의전 대통령’으로 2선 후퇴하고 총리 및 내각에서의 개헌 추진을 통해 제7공화국 선언을 주장하고 있다.
향후 회동에 여당 측 핵심 인사들을 포함시킬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정파를 떠나 이 상황에 대해 문제인식을 공유하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뵙겠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시장은 “지금 국민들 정서로는 박 대통령의 즉각 사임과 함께 새누리당에 대한 책임 추궁도 들어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회동 성사과정에서 오간 잠룡들의 은근한 ‘신경전’도 변수다.
대부분의 야권 잠룡들이 안 전 대표의 회동 제안에 대해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서로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결과물을 함께 내놓기 위해서라도 만나서 무엇을 논의할지 사전에 협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는 입장으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야권 대선주자들이 모여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국민 민심을 정치적으로 실현해낼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이라며 “정치인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면서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지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망설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야권 잠룡들이 모여서 국민들에게 ‘이 시국에 기댈 곳이 있구나’는 믿음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동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며 “낮은 단계에서의 합의라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벌써 대통령이라도 된 듯한 인상을 심
다만 탄핵과 영수회담 추진은 회동 의제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탄핵·영수회담 추진은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결정해야 할 문제인만큼 야권 주자들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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