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의무실을 거치지 않고 최순실 씨 자매와 민간병원 차움을 통해 주사제를 지속적으로 맞아온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최 씨는 딸 정유라 씨가 국내 승마대회에서 1위를 놓친 후 청와대를 집중 방문 했던것으로 드러났다. 처방 시점 역시 주말을 앞둔 목요일과 금요일 등에 몰려 주말 사이 약물을 핑계로 최 씨 자매가 박 대통령을 만나는 행위를 지속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매일경제가 보건복지부에서 15일 발표한 ‘차움 병원 진료기록부’에 나온 29건의 대리처방 의심 사례를 분석한 결과 최 씨 자매는 정유라 씨가 전국 승마대회에서 2위로 추락한 2013년 4월 14일 이후 5개월간 네 차례나 집중적으로 대리 처방을 받았다.
차움 병원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최 씨 자매는 같은 해 4월 25일 순득 씨의 이름으로 영양제 등을 대리 처방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 때는 정 씨가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치고 준우승을 기록했던 제42회 전국 승마대회 직후다.
이어 같은 해 7월 25일에도 최 씨 자매는 대리처방을 받았고, 9월 2일과 9월 12일 각각 순실 씨와 순득 씨의 이름으로 대리처방을 받아갔다.
해당 시기는 최순실 씨가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압박을 넣던 시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승마인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지켜본 최 씨와 당시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가 “딸의 점수가 너무 낮게 나왔다”며 항의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박 전무는 최 씨의 지시로 ‘승마협회 살생부’를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특히 이 시기는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을 전격 교체한 때와도 겹친다. 청와대는 정 씨가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가 일자 그해 5월 진상 조사를 지시했고 당시 승마협회 감사를 맡은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승마계 파벌싸움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8월께 최 씨 측과 최 씨 반대 측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받아든 직후 박 대통령은 해당 국장과 과장을 콕 찍어 “나쁜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같은 해 9월 2일 전격 경질됐다. 정 씨가 승마대회에서 1위를 놓친 직후 최 씨 자매가 약물 전달을 핑계로 청와대를 들락거리면서 정 씨와 관련한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차움 병원에서 최 씨자매가 대리처방을 받은 시기 상당수는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앞두거나 다녀온 직후, 목요일과 금요일 등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바로 다음날 순득 씨 이름으로 대리처방 기록이 확인 됐고, 2014년 10월 이탈리아 순방 직후에도 순실 씨 이름으로 대리 처방이 이뤄졌다. 전체 29건 중 목요일과 금요일에 일어난 처방은 15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최 씨가 주말을 앞둔 목요일과 금요일에 대리처방을 받아 약물을 타갔고, 주말에 박 대통령을 만나는 등의 행위를 지속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최 씨 자매는 박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민생탐방 등이 있을 때도 집중적으로 약물을 받아갔다.
박 대통령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선거 일정에 돌입한 2013년 3월 29일 한 차례 대리 처방이 있었고, 총선 직후 민생 탐방 일정까지 두 차례 대리처방이 있었다. 이후 박 대통령이 19대 대선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8월 20일부터 대선 직전까지 대리 처방은 4차례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선거 일정과 민생 탐방 일정 등 강행군을 소화하면서 영양제 등 약물에 지속적으로 의지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프로포폴 중독‘ 의혹까지 꺼내들고 있다. 특히 순득씨 가 대리처방을 받아간 2014년 3월 17일에는 당일 예정된 대통령 주재 교제개혁장관회의가 3일 뒤로 돌연 연기되기도 한데다 세월호 사건 당일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으면서 계속된 낭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앞서 한 방송사는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이지용 기자 / 유준호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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