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국정농단 모자라 교사들에게 현금 뿌리고 협박"…최순실 교육농단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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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교육감 기자회견 최순실 / 사진=MBN |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농단도 모자라 딸이 다닌 학교에서도 교사들에게 현금을 뿌리고 협박을 일삼으며 학사를 농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이 16일 발표한 청담고에 대한 중간 감사결과 발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교육청은 브리핑에서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전대미문의 심각한 교육 농단을 저질렀다"면서 학교도 정씨의 재학기간 출결·성적 등을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관리하며 특혜를 베풀었다"고 규정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과 재력을 등에 업고 학교에 돈을 뿌리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최씨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일부 교사가 실제로 돈을 받고 특혜를 준 정황이 확인되는 등 학교 측의 잘못도 가볍지 않다는 것이 교육청 판단입니다.
교육청은 정씨에 대한 졸업 취소를 검토하고, 최순실씨로부터 돈을 받은 교사와 돈을 준 최씨를 모두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 최씨, 남편 정윤회 들먹이며 교사 협박…수업 중단시키기도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씨가 실제로 교사에게 금품을 준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말 1차 조사에서 교육청은 최씨가 교장·교사에게 돈봉투 전달을 세 차례 시도했다가 모두 거절당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추가조사에서는 실제로 한 교사(현재 다른 학교 근무)가 최씨로부터 30만원의 현금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이 교사는 당시 체육부장 보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금품수수 대가로 체육특기생인 정씨에게 각종 편의를 봐줬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최씨는 이미 드러난 것 외에도 최소 2차례 이상 교사들에게 금품 전달을 시도하고, 딸의 재학 중 연 3∼4차례가량 과일 바구니를 체육교사들에게 보냈습니다.
교육청은 촌지를 받은 체육교사는 물론 제공자인 최순실씨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최씨는 교사들에게 현금·과일 살포와 동시에, 당시 비선실세로 알려졌던 남편 정윤회씨를 언급하며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딸이 2학년때이던 2013년 5월 최씨는 대회 참가 4회 제한 규정을 지켜달라는 여성 체육교사를 찾아가 수업 중에 학생들 앞에서 폭언해 수업을 중단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최씨는 동료 교사들 앞에서 30분이 넘도록 이 교사에게 '너 같은 건 교육부 장관에게 말해 바꿔버린다'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다른 교사에게는 "애 아빠(정윤회)가 이 교사를 가만히 안 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정씨는 규정과 상관없이 연 4회를 초과해 승마대회에 사실상 자유롭게 출전했습니다.
◇ 청담고, 정유라 출결관리 사실상 포기…고3때 실제출석 단 17일
최씨의 금품 전달과 막무가내식 폭언과 위협이 계속되자 학교 측은 정씨에 대한 엄정한 학사관리를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특히 정씨가 정상출석한 것으로 처리된 기간에 해외에 체류한 사례들이 다수 확인됐습니다. 승마협회 공문을 근거로 국내대회 출전에 따른 출석인정을 받은 뒤 실제로는 외국에 체류하기도 했습니다.
교육청은 법무부에 정씨의 출입국 사실 조회를 의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무단결석을 했지만 출석 처리된 날이 청담고 3년간 확인된 것만 37일에 이릅니다. 3학년 때 전체 수업일 193일 중 실제로 등교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날은 단 17일이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생이 당해 학년 수업일수의 3분의 2를 출석하지 못하면, 수료 또는 졸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체육특기생의 대회 출전과 훈련에 따른 결석은 증빙자료를 구비하면 학교장의 판단을 거쳐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정씨는 또 승마협회 협조공문도 없이 아침에 학교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지면서 이를 '출석인정 조퇴'로 광범위하게 인정받았습니다. 교사들이 사실상 정씨의 출결관리를 포기했다는 것이 교육청 감사팀의 판단입니다.
대회 출전과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받으려면 학습보완계획과 보충학습결과물을 학교에 내야 하는데도 청담고에서 정씨의 관련 자료들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은 정씨가 졸업한 지 좀 됐고 교사들의 전근 등으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교육청은 학교가 학업보완활동을 매우 소홀히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결처리된 날 중에 학업보완활동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없는 날이 3학년 때만 141일에 달했습니다.
◇ 해외에 있었는데 생활기록부엔 '말 관리 봉사활동' 허위기재
출석부뿐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허위기재도 다수 확인됐습니다.
해외체류 기간인데도 승마협회에서 마필과 마구 관리,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기재되는가 하면, 특기생이 대회에 출전한 것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둔갑하기도 했습니다. 정씨가 실제 학교에 출석한 날에 승마협회 훈련일지에는 승마 훈련을 한 것으로 기록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교육청은 "승마협회의 공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증거들이 다수 확인됐고 생활기록부도 신뢰할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승마협회는 엉터리 공문을 학교에 보내고, 학교도 공문에 적힌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공결 처리를 해준 셈입니다.
정씨가 체육수업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교사가 수행평가에 만점을 준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실제로 2학년 1학기에는 정씨의 수행평가 만점 처리에 대해 동급생들이 교사에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해당 체육교사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정씨는 이렇게 처리된 성적을 근거로 2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에 체육에서 교과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은 성적이 상위 4% 이내의 학생에게만 주는 상입니다.
교육청은 정씨의 생활기록부에서 해당 과목 성적을 모두 정정하고 교과우수상 기록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청담고는 최순실씨가 학교에 찾아와 폭언과 위협을 한 이후, 정씨가 규정보다 많은 대회에 나가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학교체육업무매뉴얼은 승마 같은 개인종목은 연간 대회 출전 횟수를 4회로 제한하고 있지만, 정씨는 1학년 때 7회, 2학년 때 6회 출전했습니다. 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3년간 5개 대회를 무단으로 출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교육청은 "정씨가 규정을 위반해 참가한 대회에서 입상한 실적을 근거로 국가대표에 뽑혔다면 대표선발 과정에 대한 추가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청담고가 정씨를 승마 체육특기자로 받는 과정에서 규정에 따른 교내 공론화 과정 없이 교장이 단독으로 결정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정씨가 졸업한 중학교인 선화예술학교에서도 출석부의 허위기재와 교장 승인을 거치지 않은 출전 허용 등의 학사부실 사례가 다수 적발됐습니다.
◇ "학사관리 지극히 비정상, 배후엔 금품과 외압"…고교졸업 취소검토
교육청은 감사결과를 종합해 정씨의 고교 졸업취소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사후적으로 출결인정의 문제로 졸업을 취소한 전례가 거의 없어 법률자문 등을 거쳐 실제로 취소가 가능한지를 면밀히 검토 중입니다.
교육청이 실제로 정씨의 졸업을 취소할 경우 고졸 학력 자체가 말소되므로 이화여대 입학도 이를 근거로 취소된다는 것이 교육청의 설명입니다.
교육청은 감사결과에 대해 "정씨에게 지극히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학사관리와 성적관리 상의 특혜가 베풀어졌음을 광범위하게 확인했다"며 "그 배후에는 최씨의 금품증여와 외압이 강력히 작용했다"고 총평했습니다.
"비정상적인 교육 농단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체육 특기자 제도의 전반을 재점검해 특기자의 학습권 보장, 합리적인 대회 참여 보장 등의 개선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교육청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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