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인파(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26만명)가 모인 11·12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와대가 ‘최후의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후 카드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폭적인 권한 포기’(2선 후퇴) 명시화다. 둘째는 새누리당 탈당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번도 ‘2선 후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참모들이 “헌법에 명시된 총리 권한(인사 제청권 및 해임건의건)을 100% 보장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사실상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을 뿐이다.
‘대폭적인 권한 포기’ 명시화 등 대책 발표를 위해 금주중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기는 이번주 중반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전후가 유력해 보인다.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가 몰린 12일 촛불집회 때 청와대 참모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며 집회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관저와 사무실에서도 100만 인파의 함성이 들렸다. 청와대 한 참모는 13일 “지난주보다 더욱 선명하게 함성을 들었다”며 “당연히 무겁고 엄중한 상황 인식 속에 향후 대책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참모들은 이날 새벽 1시가 다 되어갈 무렵 퇴근을 했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앞길은 여전히 차량통행이 통제됐기 때문에 참모들은 시내까지 걸어나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는 후문이다.
12일 집회와 관련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고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국정 정상화를 위해 고심한다’는 언급은 일단 ‘하야’는 검토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최후 결단이 이미 대통령 개인 차원을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하야’가 현실화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보수쪽 후보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하야 결단을 내리면, 이는 “사실상 야권의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보수층에서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하야’가 아닌 사실상의 2선 후퇴를 통해 정국을 수습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단 시간여유를 갖고 책임총리가 주도해 대선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날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었던 청와대는 이날 오전에도 같은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오후엔 각 수석비서관실별 회의를 통해 수습방안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선 후퇴 명시화와 탈당 등 아직 확정된건 없지만 모든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야를 제외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태가 결국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다름아닌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이다. 검찰은 이르면 금주말 최순실씨를 기소하면서 1차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전에 박 대통령 수사가 불가피한 만큼, 수사결과 발표 내용에 박 대통령 조사 결과도 간접적으로 포함될 가능성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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