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야권이 정국을 풀어나갈 해법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조속한 영수회담 개최를 추진하는 반면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와 함께 전권을 내려놓고 모든 권한을 총리에 이양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은 9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다시 한 번 청와대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오전 30분 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허 수석은 ‘내각통할권’에 대해 “헌법적 규정 때문에 대통령의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료 임명제청권 등 총리가 갖고 있는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에 따르면 이같은 허 수석 설명에 대해 정 의장은 “청와대가 보기에 ‘대통령이 (권한을) 너무 내려놨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도 지금 현 상황에서 국민들에게는 ‘부족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철저히 민심에 기반을 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이날 야3당 대표 회동을 갖고 국회 추천 총리 수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전날 제안을 공식으로 거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심상정 정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 ▲12일 집회에 당력 집중해 적극 참여 ▲강력한 검찰수사 촉구 및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신속 추진 ▲박 대통령의 제안이 일고의 가치가 없음 확인 ▲민생·국가안보 챙기기 ▲ 12일 이후 정국현안·경제안보 논의 위한 재회동 등 6개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
야권은 이날도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꼼수나 시간끌기는 필요없다”며 “박 대통령이 조기에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국회가 총리에게 국정수습을 맡기겠다고 선언해주시는 것이 가장 빠른 수습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비대위원장 역시 이날 “먼저 대통령이 어떻게 하겠다는 자신의 문제를 밝혀야 하고 총리가 어떤 일을 한다는 성격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먼저 대통령은 탈당한 뒤 3당대표와의 논의에서 대통령 성격을 규정하고 총리 추천을 받아 국회 청문회와 인준을 거쳐 그 총리가 책임지고 조각을 하는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최순실·우병우 사단’에 대한 인적 청산이 없는 내각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이어가지만 자칫 국정혼란 수습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야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청와대가 총리 국회추천 등 야권의 조건 일부를 받아들인 모양새인만큼 야권 물밑에서 총리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이 오가는 것으로 알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거국중립내각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느끼는 부끄러움, 또는 배신감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정파에 휘둘리지 않고 청렴하고 능력있는 총리를 통해 국정 수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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