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검찰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한 차은택 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그를 둘러싼 ‘문화계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차씨는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구속)의 최측근이자 ‘또다른 비선실세’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차씨를 상대로 유명 CF감독이던 그가 돌연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 경위와 권력을 등에 업고 각종 비리를 저지른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차씨는 2014년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으로 관가에 진출했지만 최씨와의 연결고리는 미르재단을 통해 드러났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단 운영은 차씨가 했고 그 뒤엔 ‘회장님’인 최씨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최씨가 여러 ‘비선모임’을 운영했는데 차씨는 거의 매번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미르재단 설립을 기획할 때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단 설립 4개월여 전인 지난해 6월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지낼 때 “광고사 포레카의 지분 80%를 내놓으라”며 포레카를 인수한 중견 광고사 대표를 협박한 혐의(공동강요) 등을 받고 있다. 특본은 차씨가 미리 포레카를 인수해 주요 일감과 재단 기금을 빼돌릴 창구로 쓰려 한 것으로 보고, 이날 포스코 정 모 전무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가 최씨와 가까워진 계기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최씨 조카인 장시호 씨(37·장유진에서 개명)가 두 사람을 소개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장씨가 연예계 인맥으로 알게 된 차씨를 최씨에게 소개했고, 이후 사업상 도움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또 최씨 최측근이자 ‘대통령의 핸드백’ 빌로밀로 대표를 지낸 고영태 씨(40)가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놔줬다는 의혹도 있다.
차씨를 향한 비선실세 의혹은 그가 대통령을 독대하고 문화사업을 주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업계에서는 차씨 말 한 마디에 2015 밀라노 엑스포, 늘품체조 등 대통령 관심사업의 주관 부처가 바뀌었다는 소문도 나왔다. 차씨는 그러나 8일 귀국 직후 만난 취재진에게 “(대통령을 독대한 적은) 정말로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49·사법연수원 21기)과 소통하며 미르재단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있다. 차씨가 재단 사업과 관련해 “우 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면서다. 이에 대해서도 차씨는 귀국 직후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다.
특본은 우선 차씨가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개인비리를 저지른 혐의 등을 수사하면서 비선실세 의혹 등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특본은 차씨가 직접 또는 차명 운영한 광고사 아프리카픽쳐스·플레이그라운드·엔박스에디트 등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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