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으로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 민심마저 돌아서고 있다. TK 지역 새누리당 사무실에는 탈당절차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항의 방문이 잇따르는 등 지역 분위기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6일 새누리당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사건 이후 전국 17개 시·도당 및 개별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 지역에서 머물고 있는 한 새누리당 보좌관은 “당 사무실을 찾아 현 사태를 거세게 비판하는 당원들의 방문이 줄지어 이어지고 있다”며 “수십년간 당비를 내오던 책임 당원들이 탈당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현재 분위기는 최악이다”고 밝혔다. 경북 지역의 한 당협 관계자 역시 “많게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전화가 와서 질책하거나 답답함을 하소연하기도 한다”며 “더이상 새누리당에 기대할게 없다는 자조섞인 전화도 많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TK지역에서조차 민심이 차갑게 식으며 여권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TK 지역에서 10%만이 대통령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렸다. 반면 부정 평가는 82%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불린 대구·경북조차 등을 돌리기 시작한 셈이다. 박 대통령을 십년넘게 지지해왔다던 대구 지역 50대 주부 김미숙 씨는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을 뽑은게 후회될 정도로 많이 실망했다”며 “지난주에 있었던 모임에서도 대다수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여전히 박 대통령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경북지역에서 임대업을 하는 김태호 씨는 “두번째 사과를 보고 진심을 느낀 지지자들도 꽤 있다”며 “비록 최악의 상황이지만 잘 수습해낸다면 오랜 지지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역 정가에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고있는 ‘반박(反朴) 바람’이 영남권으로 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지역 보좌관은 “지역에서의 부정 기류가 실제 탈당이나 단체 행동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집단 시위나 반대 운동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TK 지역에서 다수가 탈당하거나 촛불 시위 등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재 지역별 탈당 수치는 눈에 띄게 급증하는 정도는 아니다”며 “다만 향후 당 수습과정에서 국민들에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경우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의 고향’ 호남에서는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지만 서울과 비교했을 때 열기가 잠잠하다는 평가다.
11월 첫째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호남 지지율은 0%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어차피 우리가 뽑은 대통령도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
반면 김춘진 민주당 호남지역 최고위원은 6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방은) 서울과 달리 당 지도부와 같은 구심점이 없지 않느냐”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3000명은 상당히 많은 숫자다. 2008년 촛불집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석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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