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현재 직함은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다. 현재 김 교수는 이 학교 대학원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자원배분’이라는 전공수업을 90분간 하고 있다. 총리로 지명된 2일 저녁에도 김 후보자는 수업을 위해 국민대를 찾았다. 이날 오후 2시 있었던 기자회견 때와 같은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은 김 후보자는 강의실 복도로 당당하게 걸어들어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3일 기자회견 때 모든 것을 밝히겠다”면서 질문을 사실상 회피하던 김 후보자는 ‘책임총리와 거국내각총리가 다르냐는 반발이 있다’는 질문에는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는 “책임총리가 거국중립내각을 만들면 안되느냐?”라며 기자들에게 오히려 반문했다. 책임총리로서 내각을 개편하고 내치를 온전히 자신이 담당하겠다는 의미였다. 거국중립내각을 위해서 야당과도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읽혔다.
다만 야당과의 소통은 현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는 “청와대가 야당에게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자신이 나설수 없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야당 협의라는 중요한 부분을 본인 스스로도 간과했다는 의미다.
대신 내각에는 자기사람을 앉혔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좋은 예다. 그는 “안전문제가 심각하다보니 추진력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급하게 내 주변의 사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을 장관직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 후보자는 2003년 당시 청와대 비서관 겸 지방분권위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 정부 혁신위원장이었던 김 후보자의 사람이 됐다. 내각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손발이 맞는 사람을 장관에 앉혔다는 의미도 될 수 있지만 정실인사라는 비판도 가능한 대목이다.
김 후보자가 담당할 내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부문이다. 이 부분은 김 후보자도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우선 경제부총리로 추천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자신이 추천했음을 명확히 했다. 차후 경제 문제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면밀하게 접근하겠다고도 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등 경제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부동산 대책은 ‘온탕냉탕’식으로 가서는 안되고 일관돼야한다”며 일단 충분히 고심해 정책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당시 완화된 LTV·DTI 규제를 황급히 조일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2일 하루동안 많은 이들의 연락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실제 그는 이날 오후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소감을 말씀드리기보다는 오늘 하루 (학교에) 있으면서 그동안 일해왔던 분들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한다”며 “정국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많은 분이 의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민대에서 잠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취재를 위한 기자들의 전화와 축하전화, 고언을 아끼지 않은 주위사람들의 연락이 많다보니 휴대전화를 동료교수에게 맡겼다가 이를 깜박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을 때 그는 “문자 온 것도 많고 해서 잃어버리면 안되는데...”라고 말했다. 꼼꼼히 연락온 것을 읽어보고 정국 구상도 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새틀을 짤 것’을 명확히 해온 사람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총리 지명 전)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1년 4개월 동안 (국가의) 새틀을 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권력구조에 대해서 새롭게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대통령 제도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본시장 육성이나 인적자원 양성 체계 등 숱하게 쌓은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대통령이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며 “(위정자들이) 서로 협업하고 합심하지 않고는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인 정책 세력이나 입법 쪽으로 힘이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중심적 권력 체계가 아닌 내치를 아우르는 책임총리와 국회가 협의해 정국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보는 셈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 후보자는 우선 청문회를 거부하는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앞에서 새로운 정국에 대한 구상을 낱낱히 밝혀야 한다. 대통령을 바라보는 ‘허수아비 총리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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