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나라를 변화시킬 힘이 없다"…토론회서 김병준 발언 조명
↑ 김병준/사진=연합뉴스 |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가 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현 정치집단들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철학과 비전은 없고 오로지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다 보니 목소리나 네트워크가 강한 쪽이 제기하는 내용만 의제로 다뤄진다는 것입니다.
김 후보자는 "정권을 잃어가면서도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독일 사민당의 경우나 세제개혁을 했던 캐나다 보수당의 경우는 (우리 현실에서)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어쩌다 떠오른 중요한 의제들도 수시로 상대를 찌르거나 자신의 이익을 강화하는 무기로만 쓰인다"며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었습니다.
김 후보자는 "(야권이) 세월호 문제도 정부를 공격하는 무기로 썼을 뿐 이후 안전문제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 "화물을 실은 낡은 여객선 문제나 광역버스의 입석 문제도 여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 정치시스템에서 대통령에게 힘이 별로 없는 반면 국회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돼 있어 책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그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통령은 나라를 변화시킬 힘이 없다. 누구 한 사람 총리나 장관을 시킬 수 있고 특정 기업을 조금 봐 줄 수 있지만 이런 것은 작은 권력이다. 국가목표가 불분명하고 철학이 빈약한 집단들이 많다 보니 이런 힘도 힘이라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런 문제보다는 국가 산업구조와 인적자원 양성체계, 금융체계를 바꾸고 시장-공동체-국가의 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럴 정치적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경험을 떠올리며 "이런 일을 대통령이 시작하는 순간 바로 상처를 입고, 강하게 추진하면 할수록 더 큰 상처를 입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또 "대통령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일에까지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법안 하나 만들어 집행하기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리고, 노동자와 자본을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거의 기적이 되는 마당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국회가 더 문제다. 국회는 이런저런 권한과 소화해 낼 수도 없는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데 대통령과 달리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역주의 정치구도와 소선거구제 등의 모순으로 국회의원이 아무리 잘못을 해도 또다시 당선되는 구도가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국회가 모든 잘못을 대통령에 돌리고 신당을 만들거나 출당을 시키고, 당명을 바꾸거나 현역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꼬리 자르기를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다시 권한만 있고 책임없는 상태는 지속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권능에 비해 책임이 큰 대통령의 책임은 덜고, 책임에 비해 권능이 큰 국회의 책임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김 후보자의 지론입니다.
그는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는 내각제의 장점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을 들어 국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현 대통령제 보완 방안의 하나로 총리를 집권당이나 국회가 선출하는 방식을 들고 "자연스럽게
특히 그는 "집권당이 총리를 선출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으면 된다. 받지 않으면 모든 것이 대통령의 책임이 될 것이므로 대통령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