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와 여당에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가 돌연 반대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대한민국 국정이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불쑥 정국 타개책을 제안했다가, 여당이 이를 전격 수용하자 갑자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이런 갈지자 행보를 두고 야권의 유력주자답지 않은 ‘가벼운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내에선 “최순실 게이트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정국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자괴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문 전 대표는 1일 조계종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주도하는 것을 거국중립내각이라고 이름붙인다면, 다시 한번 국민을 속이는 일이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에서도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의 총리를 추천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며 “새누리당이 총리를 추천하는 내각이 무슨 거국중립내각인가. 거국중립내각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최순실 사태가 급진전된 지난달 26일 긴급성명을 내고 가장 먼저 박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 이후 새누리당이 30일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야권 요구를 수용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등 야권 인사들을 거국중립내각 총리 후보로 제안하자 돌연 거국중립내각에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내용상으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청와대와 여당은 빠지라는 얘기지만, 여권에선 “문 전 대표가 청와대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요구를 던지면서 사실상 거국중립내각에 제동을 걸었다”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라”며 남은 임기 동안 박 대통령이 2선으로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의 이런 입장 변화를 두고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 대통령에게 야권 인사들을 총리 후보로 추천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에 “야당이 먼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자마자 걷어차 버렸다”며 “문 전 대표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야권 내에서도 문 전 대표의 입장 변화에 비판이 나온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문 전 대표가 처음 거국내각을 말씀했을 때 저는 그것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거국중립내각 제안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마치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며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가 현 국면에서 지나친 공세적 발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 전 대표는 1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기독교계 원로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야당에 대해서도 국민이 요구하는 퇴진이나 탄핵에 앞장서지 않느냐는 질책이 있다”며 다시 한번 박 대통령의 2선 퇴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말이 지나치게 거칠어 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여당이 사이비 거국 중립내각 받으라고 큰소리를 치는데 아직 정신이 안돌아온 보양”이라며 “지난 몇년간 국민이 통치받고 야당이 상대하고 여당이 맹종한 집단이 사이비집단이고 가족사기단, 맹신정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전날 최순실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사이비 교주에게 요설의 자유를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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