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 진영을 주도하며 차기 정권까지 노리던 친박(박근혜)계가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전대미문의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 농단에 친박계 구심점인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일 새누리당 비주류는 잇따라 회동을 하고 전날에 이어 친박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나경원·주호영·김세연·김용태 등 비박계 3선 이상 의원 20여명은 긴급 회동을 통해 “지도부 사퇴”라는 전날 주장을 재확인하고 2일 의원총회 소집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이정현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단의 사퇴를 요구하되,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끄는 원내대표단에 대해서는 적어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때까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지도부 총사퇴 등을 주장한 초·재선 중심의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쇄신 분위기에 힘을 보탰다. 쇄신모임의 대변인 격인 오신환 의원은 “큰 민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간의 문제지 지도부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다”고 밝혔다. 전날 21명이 참여했던 이 모임에는 이진복·여상규·이종배·김성찬 의원이 새로 가세해 25명으로 늘어났다.
당내 비주류의 지도부 사퇴 요구의 이면에는 친박계 해체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계가 ‘박근혜’라는 카리스마 있는 보스와 ‘영남’이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지난 10여년간 보수 진영에서 강력한 위세를 떨쳐왔지만 민심이 이반한 가운데 내년 4월에 있을 재보궐 선거와 대선을 위해서는 일선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당내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에서도 여기저기서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탈박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옛말을 무색하게 할 것 같았던 친박계도 결국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친박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이학재 이만희 유의동 김순례 송석준 정유섭 등 상당수 의원들은 친박계 또는 범친박계로 분류되어 왔다.
TK 지역 한 의원은 “지난 주말 비박계 모임 참석을 권유받았는데 예전같으면 단칼에 참석 거부의사를 밝혔을 것이지만 이번엔 고심을 거듭했다”며 “개별 의원들의 이탈을 막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도 “박대통령에 대한 대구지역 민심도 최악 수준이다”며 “박 대통령을 도와야할 TK 지역조차 이렇게 요동치는 걸 보면 향후 대안을 마련하는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수많은 위기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권력을 손에 넣은 만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친박계는 지난 2007년 17대 대선 이후 친이계의 공천학살을 통해 폐족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 탈당후 친박연대를 결성해 국회로 대거 살아돌아왔고 ‘여당내 야당’으로 생명력을 이어갔다. 이후 당내 비주류라는 설움을 이겨내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의 여왕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권력의 절정을 맞이한다.
이미 강성 친박들은 내부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당의 쇄신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일부 친박 의원들이) 초·재선 의원들에게 본인의 자유로
[안병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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