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별도특검을 실시하기로 합의하면서 향후 여야 협상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은 기존 상설특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정조사에도 소극적이어서 협상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검찰수사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결정할 경우 검찰수사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1일 도출한 합의안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및 별도특검 실시가 골자다. 이중 별도특검의 경우 새누리당의 당론인 상설특검이 대치돼 향후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상설특검은 국회가 제정한 상설특검법에 따라 수사진을 꾸리고 특별검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때문에 정권 게이트 관련 수사의 경우 공정성 논란에 시달릴 소지가 크다. 또 수사 인력이 부족해 강도높은 수사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별도특검법 발의가 불가피하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현행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국회(4명)와 법무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등 7명의 특검추천위원회가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지만, 별도특검법을 만들면 여야 합의로 추천된 특검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따라서 야권은 정권게이트에 대한 이번 수사에서 야당의 의지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별도특검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주 최순실 특검 여야 협상에서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을 야권은 별도특검을 각각 내세우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터라 이번 야3당 합의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야권이 독자적으로 별도특검법을 발의하더라도 상임위에서 새누리당이 안건조정 신청을 하면 사실상 본회의 상정 조차 쉽지 않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위원회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장 90일 동안 안건을 묶어놓을 수 있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야3당의 합의 관련 “상설특검 실시가 이번 최순실 사태의 실상을 밝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외 야3당이 합의한 국정조사는 공개로 진행돼 전국민에게 최순실 사태의 실상을 낱낱이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증인의 사생활 보호 등 기본권이 보장돼 검찰수사 만큼 정밀한 진상파악이 쉽지 않아 정치공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선 남경필 경기지사 등 비박계 일부 인사가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소극적인 분위기라 마찬가지로 여야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은 각 당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이번 합의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거국중립내각은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이 추진을 공식화한 뒤 민주당 지도부가 부정적으로 돌아선 상태다.
야 3당은 이 밖에도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대한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책임자 처벌 촉구 및 특검 추진, 쌀값 안정화 대책 공동 마련,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국회 내 사회적 합의 기구
또 지난 9월 합의한 검찰개혁특위 및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대책특위 구성, 세월호특조위 활동기한 연장, 어버이연합청문회, 갑을오토텍 노사분규 평화적 해결, 5·18 특별법 처리 등 6개 항에 대한 야권 공조도 재확인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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