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 의혹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횡령 의혹에서 벗어나 청와대 인사는 물론 외교·안보 현안에도 전방위로 관여했다는 쪽으로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정치적 리더십 공백이 경제 전반에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이 악재로 흔들리고 있고 조선, 해운 등 기업 구조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수습책을 빨리 찾지 못할 경우 또다른 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997년 고(故)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 씨(57)가 연루됐던 한보 사태다. 당시 노조 대규모 파업과 금융 부실 등이 위기 징후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이란 메가톤급 정치 현안까지 터지면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이때문에 국정 기능 마비로 인해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았던 1997년처럼 이번에도 큰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씨는 우선 박근혜 대통령과의 40년 친분을 이용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운영을 쥐락펴락 하면서 800억원의 기금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검찰은 횡령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당시 김현철씨도 아버지의 후광을 엎고 막후에서 활동하면서 부패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수사를 받았다. 김덕영 두양그룹 회장과 최승진 우성그룹 부회장, 신영환 신성그룹 회장 등 고교 동문 기업인들로부터 지방선거 등에서의 ‘활동비’ 명목으로 모두 66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로 그해 6월 기소됐다.
당시 김현철씨가 등장하는 비디오 공개로 주목받았던 박경식 G클리닉원장은 국회 한보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출석해 “김씨가 15대 총선 당시 형 박경재 변호사에게 신한국당 지역구나 전국구 제의했다”고 밝히며 공천 개입 의혹까지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될 수록 대통령 주도의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되고,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1997년 당시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상황은 물론 당시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9%를 기록하고,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지표만 봐도 2015년 3분기 이래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미래 성장동력인 설비 투자는 -0.1%로 후퇴했고, 민간소비도 2분기 1% 증가에서 3분기 0.5%로 반토막 났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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