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잠룡으로 꼽히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국 각지를 넘나들며 대권행보를 펼치고 있다. 지자체 간 업무 협의 차 방문이라고는 보기 힘든 사실상 지역 민심 잡기 차원의 방문이 상당수라 지자체장 본연의 업무에 벗어난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2박3일간 일정으로 충청북도를 찾았다. 박 시장이 충북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박 시장은 첫 일정으로 이시종 충북지사와 만나 조찬을 함께 하며 서울시와 충북도 간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까지는 지차제장의 통상적인 업무로 볼 수 있는 일정이다.
하지만 이후 일정을 보면 지역 민심을 훑어보기 위한 목적이 엿보인다. 실제 그는 이 지사와 조찬 후 부인 강난희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영동군 매곡면 노천상리를 찾아 장인 묘소에 성묘하고 친지·이웃과 환담했다. 이어 영동군 와인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상호협력,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 확대 등을 골자로한 서울시와 영동군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자신이 ‘충북의 사위’라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이어 지역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및 당직자 등을 두루 만났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중순 야권 심장부인 광주를 찾아 광주정신을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광주정신은 제 삶의 20대부터 현재까지 나침반이자 횃불이었다”며 광주와의 정서적인 인연을 강조하는가 하면, “정권만 교체해서는 안 되고 시대와 미래를 교체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열자”며 내년 대선과 관련한 견해를 거침없이 밝히기도 했다.
최근 야권 대선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잠룡들도 관할 지자체를 넘어선 행보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8월 말 광주시를 찾아 광주시교육청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교육·행정혁신을 주제로 강연한 뒤 서구 농성동 ‘광주공부방’을 찾아 회원들과 간담회를 겸한 ‘막걸리 회식’을 했다. 광주공부방은 지역의 시민사회, 학계, 언론인 등 오피니언리더들의 모임으로 이 자리에선 대권주자 안희정에 대한 질의 응답이 오갔다고 한다. 이재명 시장도 지난달 초 광주를 찾아 특강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전주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출연했다.
현직 지차제장들의 이같은 사실상의 대권행보를 두고 행정가 본연의 업무영역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관할 지자체 챙기기도 빠듯할 텐데 외부 지역을 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