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위 국감 김복동 할머니 "잘못했다"…정부측 "전체 위안부 피해자 대변 못해"
↑ 외통위 국정감사 위안부 합의 논의 / 사진=연합뉴스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6일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 말 한일 정부가 타결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한일간 국장급 협의를 통해 협상을 주도했던 이상덕 당시 동북아국장(현 주싱가포르 대사)과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김태현 이사장,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0) 할머니가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 마련된 국정감사장에 자리를 함께 한 것입니다.
이 국장과 김 이사장은 증인으로, 김 할머니는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고, 국회 파행으로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야당의원들은 이 대사와 김 이사장에 파상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김 할머니는 증언 기회가 주어지자 10여 분에 걸쳐 "25년 동안 쌓은 탑을 (정부가)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가 있느냐"면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일본측으로부터 10억엔의) 돈을 받은 것도 잘못됐고, 이렇게 할 거면 정부가 손을 떼고, 재단도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이 대사를 향해 "김 할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협상이 잘됐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대사는 "주어진 여건하에서 정부로선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면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설 의원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정부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면서 "변명을 하면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고, 남자답지 못하다는 그런 얘기밖에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이 대사의 언급에 듣고 있던 김 할머니는 "최선을 다하긴 무슨 최선을 다했나. 아주 잘못했다. 누가 들어도 잘 못했다"고 받아쳤습니다.
그러나 여당 측 신청으로 참고인으로 나온 김원동씨는 "김복동 할머니의 의사가 전체 피해 할머니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한 김 참고인은 이날 여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할 뻔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질문에 나서면서 발언 기회를 얻었습니다.
김 참고인은 자신이 "24년여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살면서 모셔왔다"고 소개한 뒤 "일본이 사죄를 분명히 했다. 사죄를 안 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감정 어린 거짓말"이라면서 "배상에 대해서도 배상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못할 국가(정부)의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한일간 합의에는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돼있습니다.
증언에 앞서 김태현 위원장이 국감장에 들어서면서 김복동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며 인사를 건네자, 김 할머니 측 인사는 '김 할머니가 (눈이) 잘 안 보여 모르신다'고 말했습니다.
김 할머니가 참고인 석에 앉을 때 이상덕 대사는 김 할머니의 의자에 손을 살짝 올렸으나 인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또 심재권 위원장이 김 할머니에게 인사하자 김 할머니는 "누구라고" 라고 물었습니다. 그 후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대협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심재권"이라고 하자 김 할머니는 "얼마나 국회에서 잘하면 (내가) 이런 데까지 와야 합니까"라며 국회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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