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손 전 고문은 20일 전남 강진아트홀에서 ‘다산 정약용의 사상’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날 행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그가 ‘강진 칩거’ 정리에 나섰다는 점 때문이다. 2014년 7·30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한 손 전 고문은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에 흙집을 마련한 뒤 칩거해왔다. 손 전 고문이 강진에 머무는 동안 정치권에선 손 전 고문을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더민주는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손 전 고문을 복귀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이 입당하면 비대위원장 자리부터 양보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문호를 활짝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러브콜에도 손 전 고문이 화답하지 않은 것은 이미 한 차례 당적을 바꾼 경험이 있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다시 당적을 바꿀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상황에서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입당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칩거를 이어가던 손 전 고문은 지난 2일 ‘호남의 심장’ 격인 광주 금남공원에서 진행된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문화마당’ 행사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의 정신과 이순신의 백의종군 정신, 다산의 개혁 정신으로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히며 정계 복귀 및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강진 생활 정리에 나섰지만 바로 서울로 올라올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손 전 고문은 우선 강진에서 책 출간 준비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집필 작업이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손 전 고문은 이번 저서를 통해 헌법 개정, 진보적 경제시스템 구축, 남북관계의 혁신적 변화 등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출간 마무리 작업과 함께 손 전 고문은 호남을 포함해 전국 곳곳을 돌며 강연 정치와 민생 행보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손 전 고문측 관계자는 “손 전 고문 강연 부탁이 많이 들어왔다”며 “손 전 고문께서 내려가겠다는 뜻을 밝힌 뒤 강연 일정을 잡자고 했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 복귀와 함께 ‘제3지대론’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론’은 새누리당
20대 국회 원내에서 안 전 대표가 ‘제3지대론’ 핵심이라면 원외에서는 손 전 고문이 핵심으로 꼽힌다. 다만 대권을 향한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쉽게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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