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에 대해 한·미·일이 엄중한 추가 제재를 경고했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군사적 행동을 배제한 채 한·미·일이 추가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대북제재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을 북한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백악관과 미국 행정부, 그리고 연방의회까지 나서서 강력한 추가 대북제재를 촉구한 상태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북제재 회의론 근거는 북한을 추가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력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더 고립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동맹국가들과 함께 추가 추가 대북제재조치를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가 대북제재를 시행하려해도 기존 제재 리스트에 북한 기관과 개인을 추가 기재하는 것에 그칠것이기 때문이다. 제재 리스트에 등재되면 미국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과의 거래가 제한되는데 미국과 거래하는 북한 기관과 개인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제재 효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게다가 기존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북한 기관과 개인도 이같은 미국정부의 조치에도 거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은 이름 변경 등을 통해 위장하는 데 능숙하기 때문에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2일 방위성에서 열린 자위대 고급간부회의에 참석해 훈시를 통해“전례 없는 사태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안보법과 관련해 “제도는 정비됐으니 앞으로는 이것에 피를 통하게 해야 한다”고 말해 안보법을 본격적으로 운용할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거의 없어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개성공단마저 지난 1월 폐쇄돼 김정은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차원의 다자제재 역시 이미 할 수 있는 제재 방안을 모두 동원한 상태라 새로운 제재 수단을 발굴하기가 힘들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해 북한과의 교류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남아있는 유일한 수단인데, 해당 국가가 자국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여기에 협조할 지는 미지수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현재까지 북한에 다양한 제재가 가해졌지만 북한이 변화하는 조짐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며 “제재 효과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다. 중국이 겉으로는 제재에 적극 동참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북·중 접경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유엔안보리 차원의 제재가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국이 최근 핵실험을 한 북한에 벌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글에서 “북한이 석유와 식량을 중국에 100%에 의존하고 있는데도 중국 당국은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북한 5차 핵실험으로 단둥 지역 가옥과 학교들이 진동을 느꼈음에도 중국 국영TV가 이와 관련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북한 체제가 붕괴해 난민이 중국에 유입되고 미국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이 통일되는 것을 중국이 원하지 않는 한 중국의 대북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때문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북정책에 있어 중국 의존을 중단하고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대북 협상에 방점을 찍었다.
스인훙 런민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북한과 더 가깝다”며 “북한이 중국을 향해 총을 겨누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고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북한을 통제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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