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수단으로 공언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이 북한 5차 핵실험을 계기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미가 ‘핵에는 핵으로 보복한다’는 의지를 북한에 보여 핵공격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핵 미사일로 북한에 반격을 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태평양 지역 미군기지에서 출발해 곧 무력시위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핵우산 3대축 모두 무력시위 할수도
지난 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오자 내놓은 긴급성명의 핵심어는 ‘확장억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포함해 미국의 모든 방어능력을 통해 보장되는 확장억제 역량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한이 4번이나 핵실험을 했는데 ‘확장억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한국에 대한 상호방위공약을 확인한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었다.
미국이 고려하는 확장억제 방식은 핵우산 제공, 재래식 타격 능력 향상, 미사일 방어체계 3가지다. 이번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응한 확장억제는 이 세 가지 모두를 망라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우산의 3대축 가운데 하나인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은 지난 6일 미 공군의 미니트맨 시험발사로 공개됐다. 핵우산 3대축은 ICBM 이외에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전략 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채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할 전력으로 투입된다.
핵우산 중 하나인 전략 폭격기가 이르면 12일 무력시위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의 지난 4차 핵실험 이후 4일만에 괌 기지에 배치된 B-52 폭격기를 한국에 출동시켰다. B-52 폭격기는 공대지 핵미사일(ALCM)으로 북한의 주요 군사기지와 지휘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군의 소식통은 11일 “내일이라도 미군의 전략자산이 전개될 수도 있다”며 “북한의 핵 사용 징후가 포착되면 평양이 지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B-52 폭격기 이외에 B-2 스텔스폭격기와 B-1 폭격기 등 미 공군의 3대 전략폭격기가 배치돼있다. B-2 스텔스 폭격기는 북한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은 채 평양 상공에 진입할 수 있어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 잠수함 전개도 예상되는 카드다. 북한이 최근 SLBM 시험 발사에 사실상 성공함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무기로 핵잠수함을 인근 해상에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 핵잠수함 배치는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서태평양에 배치한 로스앤젤레스급 공격형 핵추진잠수함은 언제든지 동해에서 은밀하게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전략무기다.
◆군, 김정은 제거 특수부대 편성
미국은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를 다음달 한국에 파견해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다음달 한미 양국 군이 서해와 남해에서 실시하는 연합 해상훈련에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은 다음달 10∼15일 서해와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한미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훈련에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대형 도발을 일삼은 북한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번 훈련에서 한미 양국 군은 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포함한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시 김정은 등 전쟁지휘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할 전담 특수작전부대도 별도로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수부대는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제75레인저와 비슷한 ‘한국판 레인저’ 부대이다. 미 제75레인저 연대는 미국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핵심시설 파괴, 공중강습, 특수정찰, 인명구조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이 부대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참가해 다수의 테러 요원들을 사살하거나 포로로 잡는 전과를 올렸다. 올해 초 방
군 소식통은 “특전사에서 정예화된 전담 특수작전부대를 편성해 임무와 무기체계 등을 발전시키고 있다”면서 “이 부대는 북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하는 작전부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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