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강하게 규탄하면서 추가 제재안을 담은 결의안 마련에 즉각 착수했다.
안보리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한편 이전 결의안에서 밝힌대로 ‘중대한 추가 조치’(further significant measure)를 즉시 취하겠다는 내용의 언론성명을 채택했다. 북한 도발로 안보리가 언론성명을 낸 것은 올 들어서만 10번째다.
북한의 4차례 핵실험과 2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라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13년), 2094호(2013년), 2270호(2016년) 등은 북한의 핵실험은 물론이고 탄도미사일 발사도 금지하고 있다. 언론성명은 또 유엔 헌장 41조의 비군사적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명시해 군사적 응징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 등 안보리 주요 이사국들은 ‘끝장 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2270호 결의안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고강도 압박 카드를 추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유엔 고위 인사는 “2270호에서 예외조항을 뒀던 부분을 걷어내면 좀 더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해석이 다소 모호한 ‘민생 목적’과 같은 단서를 빼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결의안 2270호는 ‘민생 목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와 무관한 경우’는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광물 수출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뒀지만 이런 예외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의 유엔 제재에서 이런 단서조항을 다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중국의 요구로 막판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김에 따라 예외조항이 반영되면서 북한이 빠져나갈 여지가 있는 ‘루프홀’(loophole·구멍)이 생겼고 2270호의 강력한 대북 제재정신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재안을 시행한지 6개월 가량 지난 만큼 미국과 한국이 실효성 점검과 함께 보완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재 그물’을 최대한 촘촘하게 만들고 강도높은 새 제재 수단을 발굴하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의 또다른 외화벌이 수단인 섬유수출이나 해외 인력수출을 차단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기는 어렵다는게 유엔 외교가의 해석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유엔 제재가 아닌 별도의 양자제재를 통해 부과할 수 있는 수단이다.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도 중국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안보리 제재안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엔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대북제재 방안을 짜기 위한 핫라인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북한 핵실험 이후 결의안 2270호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핫라인을 통해 기민한 소통을 벌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북제재 초안은 중국으로 전달됐고 중국은 자국의 입장을 담은 보완사항을 미국에 제시하면서 물밑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러시아도 막판에 의견을 보냈다. 안보리의 이번 추가 제재안 마련 과정에서도 이런 패턴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제재안 마련에 56일이 걸린 만큼 새 제재안도 최소 한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안보리 회의에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에 적절한 조치를 해 줄 것을 안보리에 요청했다. 반 총장은 북한의 핵실험을 “또 하나의 뻔뻔한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면서 “가장 강한 용어로 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안팎에서도 유엔 안보리가 기존 대북결의 2270호보다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유엔 안보리에서 2270호의 허점들을 보완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제재안 통과 이후에도 북한의 추가적 도발에 대비해 지난 6개월간 북한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고민해왔고 현재 이 문제를 두고 우방국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밝히면서도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을 강조한 점에 대해서 “한국 역시 북한 비핵화에 관한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라며 “지금처럼 핵실험을 하는 북한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합의에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언론 등에서 사드가 북한을 자극해서 핵실험을 유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본말전도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엔 안보리에서 2270호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제재라는 것이 당사국을 전방위에서 서서히 압박해가는 성격이 강한데다 비핵화
[뉴욕 = 황인혁 특파원 /서울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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