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 이틀째 계속, 국회의장-새누리당 타협 실패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 발언으로 촉발된 국회 파행이 정기국회 이틀째를 맞은 2일에도 계속됐다.
정 의장은 전날 개회사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 등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했고,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은 의사일정을 보이콧하고 심야에 의장실에서 농성까지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수준에서 타협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재차 새누리당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요구했으나 정 의장이 거부했다. 대신 정 의장은 “추경안이 원만히 처리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입장은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과 대상을 새누리당이 아닌 국민으로 하겠다는 얘기였다.
정 의장은 본회의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라는 새누리당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고수했다.
1시간에 걸친 만남이 결국 공회전에 그치자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수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정 의장이 제안한 수준에서는 타협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시 의장실로 몰려가 2차 농성에 들어갔다.
국회의장과 여당간 ‘돌발 분쟁’으로 인해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는 장기 파행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졌다.
이날 열린 국회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는 사실상 야당 단독으로 실시됐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추경 예산이 추석 이전에 집행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내년도 본예산과 추경안이 국회에 동시에 계류되는 황당한 상황도 현실이 됐다.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역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다음주 열릴 예정이던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대치 국면이 수습되더라도 이번 사태를 기화로 여야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점이 문제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정 의장은 계산된 도발을 한 것”이라며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인질로 잡은 정치 테러”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추미애 대표는“우병우 ‘우’자에 경기를 하면서 정기국회 첫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새누리당의 무모함과 무책임성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신헌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