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개원 첫날인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을 놓고 국회가 파행을 연출했다. 협치는 커녕 대치로 점철될 20대 국회를 예고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정 의장은 이날 개원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 신설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주변국과 관계변화도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좌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고, 일부 여당 의원은 즉각 일어나 퇴장했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반대하고 있고, 사드 배치에 대해선 찬성 당론을 채택한 바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의 사과와 후속조치가 없는한 20대 국회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의장 선출 후 탈당해 무소속 신분인 국회의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새누리당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로 인해 개원식 직후 여야 의원들이 함께 사진촬영을 하려던 계획이 취소됐고 본회의 개회도 미뤄졌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201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38일만이었다.
앞서 여야는 지난 달 두차례나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합의했다가 파기하고, 그 여파로 장관 인사청문회를 야당 단독으로 실시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날 가까스로 수정안에 합의하면서 ‘지각 처리’가 눈 앞에 있었으나 국회의장 발언으로 민생추경까지 또 다시 표류할 처지가 됐다.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 제출안 11조원에서 외국환평형기금 2000억원 등 총 4654억원을 삭감하는 대신 교육시설 개보수에 2000억원, 의료급여 보조에 800억원을
이에 따라 순삭감된 1054억원은 국가채무 상환 재원에 보태기로 했다. 여야간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과 관련된 지방채 상환 예산은 국고에서 지원하지 않되 교육시설 예산을 늘려 사실상 지방 교육예산을 보충해주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아놓은 상태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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